【핵심 요약】
▸ 주제: 원작 IP를 보유한 제작사가 영상 프로젝트 투자를 받는 3자 투자계약(투자사·SPC·원작 제작사)에서, 투자사가 원작자의 권리 조항을 삭제 요구한 사안
▸ 핵심 결론: 저작권법 제100조 제2항에 따라 원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영상제작자 양도 추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계약서에 '원저작물' 정의와 귀속을 명시하지 않으면 SPC 청산·2차 사업 국면에서 분쟁의 빌미가 된다. DKL은 조항 삭제 대신 원저작물 정의 신설, 참조 계약명 명시, 투자사 수익권 보장 확인의 3요소로 재구성하고, 참조 계약에 귀속 조항이 없음을 확인한 뒤 귀속 근거를 저작권법으로 바꿔 투자사의 수용을 이끌었다.
▸ 실무 시사점: 계약서가 '별도 계약에 따른다'고 적었다면, 그 별도 계약에 실제로 해당 조항이 있는지 먼저 열어 볼 것
▸ 작성: 권단 변호사 | DKL법률사무소 | IP·AI·엔터테인먼트 전문 (23년)
의뢰 배경
원작 캐릭터 IP를 보유한 콘텐츠 제작사가 영상 프로젝트의 투자 유치를 진행하던 중 자문을 요청해 왔습니다.
구조는 콘텐츠 투자에서 흔히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위해 세운 SPC(특수목적법인)가 투자금을 받는 계약 당사자가 되고, 원작을 가진 제작사는 실제 제작을 맡으면서 세 번째 당사자로 계약에 들어갑니다. 투자사, SPC, 원작 제작사가 한 장의 계약서에 함께 서명하는 3자 구조입니다.
투자사가 보내온 수정안을 열어 보니, 원작 제작사의 권리를 정한 조항이 줄줄이 지워져 있었습니다. 투자사의 논리는 단순했습니다. “투자계약은 투자금 회수와 수익 배분을 정하는 계약이다. 계약 기간 동안 SPC가 지식재산권 일체를 보유하면 충분하다. 제작사와 SPC 사이의 내부 권리 관계는 우리가 확인하지 못한 별도 계약에 달려 있으니, 투자계약에 넣는 것 자체가 리스크다.”
제작사 담당자의 질문은 두 가지였습니다.
- 원작 IP 보유자인 우리에게 원작과 제작 결과물이 귀속된다고 계약에 적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가.
- 투자사가 지운 조항을 되살리려면 어떤 논리로 설득해야 하는가.
DKL의 접근
DKL은 “지워진 조항을 되살리자”가 아니라, “지우면 무엇이 달라지는가”에서 출발했습니다.
1단계 — 법이 이미 정해 둔 것과 계약이 정해야 할 것을 분리했습니다
저작권법은 영상저작물에 관해 특별한 추정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영상 제작에 협력하기로 약정한 사람이 그 영상저작물에 대해 저작권을 취득한 경우, 특약이 없으면 그 영상저작물의 이용에 필요한 권리는 영상제작자에게 양도된 것으로 추정합니다(저작권법 제100조 제1항). 그러나 같은 조 제2항은 영상 제작에 사용된 소설·각본·미술저작물·음악저작물 등의 저작재산권은 이 추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이 두 항을 나란히 놓으면 권리의 지도가 그려집니다. 완성된 영상 자체를 복제·배포·상영·방송·전송할 권리는 영상제작자 쪽으로 기울고(제100조 제1항, 제101조 제1항), 원작 캐릭터·세계관·설정·디자인 같은 원저작물의 권리는 원작자에게 그대로 남습니다(제100조 제2항). 즉, 투자사가 조항을 지운다고 해서 원작 제작사의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이 지켜 주는 부분입니다.
법원의 해석도 같은 방향입니다. 대법원은 이 특례의 취지를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관계된 사람들의 권리관계를 적절히 규율하여 영상저작물의 원활한 이용과 유통을 도모”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1]. 유통을 위한 규정이지, 원작을 빼앗는 규정이 아닙니다. 하급심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영상제작자가 법률상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권리는 “제작에 협력한 당해 영상저작물을 복제·배포하는 등 이용할 수 있는 권리에 한정”되고, 거기에 구성 저작물을 따로 떼어 다른 매체에 쓰는 권리까지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2].
2단계 — 그렇다면 왜 굳이 계약에 적어야 하는지를 리스크로 설명했습니다
법이 지켜 준다면 조항이 없어도 괜찮은 것 아닌가. 여기서 실무 경험이 답을 갈랐습니다. 세 가지 리스크가 남습니다.
- 계약서에 “SPC가 지식재산권 일체를 보유한다”라고만 적혀 있으면, 분쟁이 났을 때 SPC가 원저작물과 제작 과정에서 만들어진 디자인·설정자료·소스파일까지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여지가 생깁니다. 추정 규정은 반증하면 뒤집히지만, 반증에는 비용과 시간이 듭니다.
- SPC는 언젠가 청산됩니다. 청산 시 권리가 제작사로 넘어오는 조항이 있더라도, SPC가 애초에 무엇을 가졌는지 불분명하면 넘어오는 범위도 불분명해집니다.
- 후속 투자자나 배급사에게 권리 구조를 설명할 때마다 별도 계약을 꺼내 보여야 합니다. 투자계약서 한 장에 권리 지도가 있으면 그 수고가 사라집니다.
투자계약서의 IP 조항이 실제로 어떻게 분쟁이 되는지는 판례가 보여 줍니다. 한 영화 투자 분쟁에서 투자자는 투자계약서의 “저작재산권 공동소유” 조항을 근거로 속편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영상제작자가 법률상 양도받는 권리는 “투입된 자본의 회수에 필요한 권리를 한정적으로 열거한 것”이어서 2차적저작물작성권은 포함되지 않고, 다른 공동제작자의 동의 없이 투자자에게 이루어진 지분 양도는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3]. 투자계약서에 적힌 권리 문구가 법이 정한 범위와 어긋나면, 그 문구를 믿은 쪽이 손해를 봅니다.
3단계 — 삭제와 원복 사이의 제3안을 만들었습니다
투자사의 우려도 정당했습니다. 자기가 당사자가 아닌 별도 계약의 내용을 모르는 채 관련 조항을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DKL은 조항을 그대로 되살리는 대신, 투자사의 우려를 하나씩 해소하는 방식으로 다시 썼습니다.
- 계약서 정의 조항에 “원저작물”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해 넣었습니다. 모호한 “관련 계약”이라는 표현 대신, 제작사와 SPC 사이의 계약을 이름으로 열거했습니다.
- 원작에 대한 영상화권, 제작 결과물의 저작재산권, 시리즈 IP는 원작 제작사에 귀속되며 투자계약으로 SPC에 이전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는다는 점을 적었습니다.
- 그 대신 투자사의 수익 배분 권리는 IP 귀속과 무관하게 보장된다는 확인 조항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투자사가 정말 원하는 것은 IP가 아니라 수익이라는 점을 계약서가 스스로 말하게 한 것입니다.
4단계 — 계약서가 가리키는 다른 계약을 실제로 열어 봤습니다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제작사 담당자가 한 가지를 확인해 왔습니다. 투자계약서가 “별도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원작 제작사에 귀속된다고 적고 있는데, 정작 제작사와 SPC 사이의 계약들을 다시 읽어 보니 원저작물과 제작 결과물의 귀속을 정한 조항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빈 곳을 가리키는 조항은 없느니만 못합니다. 분쟁이 나면 상대방은 “별도 계약에 그런 내용이 없으니 귀속 근거가 없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DKL은 귀속의 근거를 “별도 계약”이 아니라 “저작권법”으로 바꾸도록 문구를 수정했습니다. 원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양도 약정이 없는 한 창작자에게 남는다는 것이 저작권법의 원칙이므로, 계약이 침묵해도 법이 답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별도 계약을 새로 체결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결과 및 산출물
- 투자사 수정안의 각 코멘트에 대해 수용·수정 수용·원복 의견과 수정 문안을 병기한 검토본, 그리고 이를 반영한 클린본
- 원작 제작사가 투자사를 직접 설득할 수 있도록 작성한 조항별 설득 문안
- 협상 진행에 따라 회신한 조항별 수용 가능 여부 판단과, 참조 계약 점검 후의 귀속 근거 재정비 문안
투자사는 “원저작물” 정의와 계약명 명시를 조건으로 IP 귀속 조항을 받아들였습니다. 조항을 지우자는 요구에서 시작한 협상이, 양쪽 모두 처음보다 명확한 계약서를 손에 쥐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이 사안이 중요한 이유
원작을 가진 제작사가 자기 IP로 영상 프로젝트를 만들 때, 투자계약서는 대개 투자사의 표준 양식에서 출발합니다. 그 양식은 투자금 회수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고, 원작자의 권리는 애초에 관심 밖입니다. 조항이 지워진 것은 악의가 아니라 관성입니다.
문제는 관성으로 지워진 조항이 몇 년 뒤 시리즈 제작, 굿즈 사업, 해외 리메이크 같은 2차 사업의 국면에서 되살아난다는 점입니다. 그때 SPC는 이미 청산되었거나 다른 투자자의 손에 있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100조 제2항이 원작자를 지켜 준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그 사실을 상대방도 인정하도록 계약서에 써 두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다음에 해당하신다면, 계약서를 서명하기 전에 점검하시기를 권합니다.
- 투자계약서에 “지식재산권 일체를 보유한다”라는 문장이 있고, 그 주체가 원작자가 아닌 SPC인가
- 계약서에 “원저작물”이 무엇인지 정의되어 있는가, 아니면 “관련 계약에 따른다”로만 적혀 있는가
- “별도 계약에 따른다”고 적었다면, 그 별도 계약에 실제로 해당 조항이 있는가
- 제작 과정에서 생기는 캐릭터 디자인·설정자료·소스파일의 귀속이 별도로 적혀 있는가
[1]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4다202110 판결 — 저작권법 제99조 제1항의 ‘영상화’ 범위에 관한 판결로, 영상저작물 특례 규정의 취지를 설시.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2. 7. 선고 2015가합549088(본소), 2015가합580676(반소) 판결 — 항소심 강제조정으로 확정.
[3] 서울고등법원 2008. 7. 22. 선고 2007나67809 판결 — 구 저작권법 제75조(현행 제100조) 적용 사안.
법령 원문: 저작권법 제100조 (국가법령정보센터, 시행 2026.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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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본 사례는 DKL법률사무소가 이 분야에서 다루어온 자문 패턴을 일반화한 것으로, 특정 사건의 사실관계나 협상 결과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습니다. 법령 기준: 저작권법 [시행 2026. 8. 11.] [법률 제213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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