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주제: 프로축구선수의 FIFA 라이선스 에이전트 계약 해지 분쟁
▸ 핵심 결론: 에이전트 계약서에 해지 제한 조항이 있어도, 에이전트의 귀책(무자격자 업무 수행, 선수 동의 없는 이중 대리)으로 신뢰관계가 파탄된 경우 해지가 가능하다. 손해배상액은 위약금 약정이 없는 한 잔여 기간 수수료 상당액을 한도로 하며, 과다한 청구는 법적 근거가 없다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다258237 판결 참조)
▸ 실무 시사점: 신뢰관계 파탄 주장은 감정이 아닌 객관적 증거로 구성해야 하며, FIFA 규정 위반 중 '무자격자 에이전트 업무'와 '선수 동의 없는 이중 대리'가 가장 강력한 해지 사유가 된다
▸ 작성: 권단 변호사 | DKL법률사무소 | IP·AI·엔터테인먼트 전문 (23년)
1. 의뢰인이 처한 상황
국내 프로축구 구단 소속 선수의 매니지먼트사(이하 ‘의뢰인’)가 DKL에 법률 검토를 요청했습니다. 선수는 FIFA 라이선스 에이전트사(이하 ‘에이전트사’)와 대리인 계약(계약 기간 1년 남음)을 체결하고 있었는데, 에이전트사의 지속적인 정보 미공유, 선수 동의 없는 제3자 업무 위임, 무자격자 에이전트 활동 등으로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되었습니다.
선수 측이 이메일로 계약 해지 의사를 표명하자, 에이전트사는 법무법인을 통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해지이며 FIFA Football Agent Regulations(FFAR) 제12조 제14항을 근거로 수억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공식 서면을 보내왔습니다.
2. 법적 쟁점
이 사안은 세 가지 법률 층위가 교차했습니다.
쟁점 1: 해지 제한 조항의 효력
대리인계약서에는 “계약 기간 내에 해지 사유가 발생하지 않으면 이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임의해지 제한 특약이 있었습니다. 에이전트사는 이 조항을 근거로 해지 자체가 불가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에이전트 계약은 법적 성질상 민법상 위임계약에 해당합니다. 민법 제689조 제1항은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임의해지를 제한하는 특약은 당사자 간 약정으로 달리 정할 수 있는 임의규정이므로 원칙적으로 유효하지만, 판례는 신뢰관계가 파탄된 경우에는 이 제한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0다25989 판결은 신탁관계에서 수탁자의 귀책사유로 신뢰관계가 깨어진 경우 해지권 제한 조항이 배제된다는 법리를 확인했습니다. 이 법리는 스포츠 선수와 에이전트 사이의 전속적 대리 관계에도 적용됩니다.
연예인 전속계약에서도 대법원은 같은 법리를 재확인한 바 있습니다. 전속계약의 성질상 당사자 사이에 고도의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신뢰관계가 깨어졌는데도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연예인에게 그 자유의사에 반하는 전속 활동 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인격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다258237 판결 등 참조). 스포츠 에이전트 계약도 고도의 신뢰를 기초로 한 계속적 계약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법리가 적용됩니다.
한편 대리인계약서 자체에도 “부상이나 입대 외에는 해지 불가”라는 조항이 있었는데, 선수의 해지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이 조항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쟁점 2: 신뢰관계 파탄 사유의 강도 분석
신뢰관계 파탄은 객관적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DKL은 선수 측이 주장하는 여러 사유의 법적 강도를 분석했습니다.
강력한 사유 (단독으로 신뢰관계 파탄 가능성):
선수 동의 없이 제3자(‘현지 파트너’)에게 선수 업무를 위임한 행위는 FFAR상 이중 대리 금지 규정 위반에 해당하며, 대리계약의 본질적 신뢰 기반을 침해하는 중대한 위반입니다.
FIFA 라이선스 미취득 직원이 상당 기간 실질적 에이전트 업무를 수행한 사실 — 과거 구단과의 재계약 협상을 담당한 직원이 당시 FIFA 라이선스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됨 — 은 FFAR상 명백한 규정 위반입니다.
단독으로는 불충분한 사유:
정보 공유 부족, 피드백 불성실 등은 반복성과 지속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단독으로 신뢰관계 파탄의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위 강력한 사유와 결합하면 종합적 신뢰관계 파탄의 맥락을 형성합니다.
쟁점 3: 손해배상 범위
에이전트사가 주장하는 수억원 이상의 손해배상에 대해 그 법적 근거를 검토했습니다.
대리인계약서에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예정액이 별도로 약정되어 있지 않은 이상, 손해배상액은 계약이 정상 유지되었을 경우 에이전트사가 받을 수 있었던 통상적인 이익의 범위를 한도로 합니다(민법 제551조 참조). 구체적으로는 선수 연봉에서 계약서상 수수료율을 적용한 금액 중 잔여 계약 기간에 해당하는 분량이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FFAR 제12조 제14항은 정당한 사유 없는 계약 해지 시 배상 의무를 규정하지만, 구체적인 금액 산정 기준을 특정하지 않습니다. 에이전트사가 주장하는 수억원에 대한 구체적 산정 근거가 없었습니다.
정당한 사유(에이전트 귀책의 신뢰관계 파탄)가 인정된다면 손해배상 자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3. DKL의 전략 구성
단계별 대응 전략을 설계했습니다.
먼저 증거를 선제적으로 확보했습니다. 카카오톡 대화 기록, 이메일, 통화 기록 등 에이전트의 업무 불성실과 규정 위반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했습니다. 특히 담당 직원의 FIFA 라이선스 취득 시점과 그 이전의 업무 수행 기록을 확인했습니다.
다음으로 에이전트사 서면에 대한 공식 반박 내용증명을 작성했습니다. 내용증명에는 ① 선수 동의 없는 이중 대리와 무자격자 에이전트 활동의 구체적 사실 ② 이를 근거로 한 신뢰관계 파탄 주장 ③ 에이전트사 귀책에 의한 해지의 정당성 ④ 수억원 손해배상 요구의 법적 근거 부재 지적 ⑤ 합리적 수수료 정산 조건에서의 합의 종료 제안이 담겼습니다.
협상 전략으로는 선수의 해지 의사는 확고하게 유지하되, 잔여 기간 수수료 수준에서의 합리적 정산에는 응할 의사가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4. 결과
내용증명 발송 후 협상이 진행되었고, 선수는 합리적 수준의 수수료 정산 조건으로 에이전트사와 계약을 종료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수억원 이상을 요구하던 에이전트사의 협상 포지션은 구체적인 법리 반박 앞에서 현저히 약화되었습니다.
5. 실무 시사점
스포츠 에이전트 계약 해지 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증거입니다. 신뢰관계 파탄은 감정적 주장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에이전트가 어떤 의무를 어떻게 위반했는지를 객관적 증거로 구성해야 합니다. 특히 FIFA 규정 위반 — 무자격자에 의한 업무 수행, 선수 동의 없는 이중 대리 — 은 객관적 확인이 가능한 강력한 사유입니다.
둘째, 손해배상 요구액에 위축될 필요가 없습니다. 위약금 약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의 범위는 법적으로 제한됩니다. 에이전트사가 제시하는 과도한 금액은 협상 전술일 가능성이 높으며, 법적 근거를 요구하면 대부분 실제 주장 가능한 금액은 훨씬 작아집니다.
에이전트 계약을 해지하려는데 상대방이 과도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면, 먼저 법률 전문가와 상황을 점검하십시오. 계약서에 해지 제한 조항이 있어도, 에이전트의 귀책이 있다면 해지가 가능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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