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사진 촬영 계약과 사용기간

사례 :
A는 캐릭터 ‘다니’의 저작권자이다. B는 B회사의 브랜드 주방용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회사이다. 캐릭터 ‘다니’는 주방장 쉐프 복장의 귀여운 곰 캐릭터로서 여성과 아동에 인기가 많은 캐릭터이다. B는 캐릭터 ‘다니’의 인형 탈을 만들어 ‘다니’ 모양의 인형 탈이 B의 주방 용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광고용 사진으로 찍었다. 그리고 A에게 위와 같이 촬영된 사진을 B 회사의 주방용품을 온라인으로 판매 할 때 사용하는 것을 허락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이에 A와 B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촬영 계약을 체결하였다.
- 촬영한 사진의 저작권 및 사용권은 B 회사에 있다.
- 촬영한 사진 속 캐릭터 ‘다니’의 저작권은 A의 소유이다.
- B 회사는 캐릭터 ‘다니’가 촬영된 주방용품 사용 촬영본을 인터넷에 게시, 인화, 전시 출판할 수 있다.
- A는 B 회사로부터 제공받은 촬영본을 개인적인 복제와 인화, 인터넷상에 게시할 수 있다.
- 촬영본의 제3자에 대한 상업적인 제공 및 2차 가공은 불가능하다.
- 촬영본의 상업적인 활용 및 제3자에 대한 제공이 필요한 경우 A와 B가 상호 협의해야 한다.
다만, 위와 같은 촬영 계약을 하면서 촬영한 사진의 사용 기간에 대하여서는 촬영 계약서에 따로 기재를 하지 않았다.
B회사는 캐릭터 ‘다니’가 주방용품을 사용하는 사진을 1회 45만원씩 총 9회 촬영하고 405만원을 A에게 지급하였고, 촬영에 소요되는 비용은 B가 전부 부담하였다.
그리고 B 회사는 자신이 판매하는 주방용품을 사용하고 있는 캐릭터 ‘다니’의 탈 인형 사진을 촬영한 후 위 사진을 제3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에 게재하여 사용하였다.
A는 B 회사가 인터넷에 촬영본을 올린 후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사진을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A는 촬영 계약에 사진 사용기간을 정하지 않았지만 이와 같이 통상적인 캐릭터 모델 기간이라고 할 수 있는 1년이라는 기간이 지났음에도 계속 사용하는 것은 부당하고 다른 주방용품사로부터 캐릭터 모델 제안이 왔는데 B회사의 촬영본으로 인하여 계약이 어려운 상태라는 이유로 위 사진의 사용금지를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B는 A가 이미 B의 주방용품 사진 촬영을 허락하였고, 광고모델계약과 달리 기간을 정한 계약이 아니므로 최소한 사진이 촬영된 해당 주방용품을 판매하는 동안에는 사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A는 B를 상대로 캐릭터 ‘다니’가 포함된 촬영본을 인터넷에 게시하거나 사용하는 것에 대한 금지 청구 및 소 제기 이후의 계속 사용시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하였다.
누구의 주장이 맞을까?
(본 사례는 초상권 촬영 계약에 대한 대법원 2021 7. 21. 선고 2021다219116 판결의 취지를 반영하여 캐릭터저작물에 적용하여 작성한 것으로서 실제 판례 사실관계 및 쟁점과 다르며, 결론이 실제 사례에서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해설 :
계약 해석의 원칙
대법원은 계약 해석의 원칙에 대하여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나,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계약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특히 한쪽 당사자가 주장하는 약정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 같은 중대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경우에는 그 약정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다238540 판결, 대법원 2017. 7. 18. 선고 2016다254740 판결 등 참조)”라고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 사건 촬영 계약의 해석
이 사건 촬영 계약서 상에 B회사가 캐릭터 ‘다니’를 B회사의 상업적 목적을 위하여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문언 상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계약서 상에 “B 회사는 캐릭터 ‘다니’가 촬영된 주방용품 사용 촬영본을 인터넷에 게시, 인화, 전시 출판할 수 있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B회사가 영위하는 사업, A와 B 회사가 계약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촬영된 사진의 내용과 구도, A가 B회사로부터 대가를 수령한 점과 그 대가 액수의 규모 및 거래의 관행을 종합하여 보며, 비록 계약서 문언 상으로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A가 B 회사가 자신의 주방상품 판매를 위하여 캐릭터 ‘다니’가 촬영된 사진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에는 최소한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B회사가 제3자가 운영하는 쇼핑몰에 B회사 자신의 주방용품을 판매하기 위하여 캐릭터 ‘다니’가 촬영된 사진을 사용하는 것은 A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볼 수 있어 그 자체가 계약 위반이라고 하거나 저작권 침해라고 하기는 어렵다.
계약서에 사용기간을 정하지 않은 경우
이 사건 촬영계약은 통상적인 캐릭터 상품화권 계약이나 라이선스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라이선스 계약에 기본적으로 규정되는 이용허락 기간 규정이 없었다.
이에 대하여 B 회사는 촬영된 사진에 대한 저작권이 B회사에게 있는 점, A가 B의 주방상품에 캐릭터 ‘다니’를 촬영한 사진을 사용하도록 허락한 점, 촬영에 대하여 상당한 대가의 금액을 지급한 점, B회사의 모든 주방상품이 아니라 캐릭터 ‘다니’가 사용한 주방상품에 한하여 해당 주방상품을 판매하는 동안에는 촬영된 사진을 사용하도록 A가 동의한 것으로 보는 것이 상거래 관행에 부합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위 사례가 참고한 초상권 사진 촬영 사건에서 1심은 일반적으로 광고 모델 사진의 사용기간을 무제한으로 정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이유로 통상적인 광고 모델 사진의 사용기간이 도과된 것으로 봐서 초상권 침해라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같은 사건의 2심은 1심과 달리 상업적 사용이 예견되었다는 점, 촬영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거나 무효 또는 실효가 되지 않은 이상 촬영 계약은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봐야 하고, 촬영 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는 한, 촬영 계약에 의하여 허락된 상업적 사용의 효력도 지속된다고 봐야 하며, 최소한 촬영된 사진의 ‘상품이 판매되는 동안’ 사진 사용을 계속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초상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촬영계약의 내용이 기간의 제한 없이 사진의 사용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사진의 광범위한 유포 가능성에 비추어 사진에 관한 초상권자의 초상권을 사실상 박탈하여 중대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사용 기간에 대한 명백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위 사진의 사용 기간은 “거래상 상당한 범위 내로 한정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이유로 기간 제한 없이 사진을 사용할 수 있다고 본 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2심으로 돌려 보내 다시 판단하도록 하였다.
위 판례는 캐릭터 저작권이 아니라 초상권에 관한 판례이지만, 캐릭터에 대한 사진 촬영의 경우에도 촬영 계약서 상에 사용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면 동일한 계약해석의 법리를 적용하여 무제한적인 사용 기간을 허락한 것이 아니라 거래상 상당한 범위 내로 한정된 사용 기간을 허락한 것이라고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캐릭터 사진 촬영 등 유사한 거래 관계에서 참고를 하여야 할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사례와 같은 사용 기간 조건 이외에도 실무에서 당사자간 해석에 다툼이 있는 약정의 내용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한쪽 당사자가 주장하는 약정의 내용이 상대방 당사자의 권리를 포기하게 하는 것과 같이 중대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인 경우에는 그 약정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끝. 2021. 11. 17.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권단 작성(아이러브캐릭터 2021년 12월호 칼럼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