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배경을 소재로 한 저작물의 실질적 유사성

 

역사적저작물 실질저유사성
역사적저작물 실질적유사성

 

사례 :

 

갑은 2014년 출간한 A라는 서적의 저자인데 그 서적의 내용은 세종이 신미대사로부터 도움을 받아 훈민정음을 창제한다는 것을 소재로 한 것이었다. 을은 영화제작사로, 세종이 신미대사의 도움을 받아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B의 시나리오의 공동 저작자 중 1인이다.

 

그런데 영화가 공개되고 나서 갑은 을을 상대로 을의 시나리오가 자신이 먼저 창작한 서적의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원고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을은 법원에 자신의 시나리오와 갑의 서적은 그 내용이 유사하지 않아 의거관계가 인정되지 않고, 구체적인 표현형식도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으므로 영화 B의 시나리오는 A 서적의 2차적저작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갑이 을에 대하여 저작권침해정지청구권 및 손해배상청구권이 있다고 다투고 있으므로 이러한 권리가 부존재한다는 확인 판결을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였을까?(본 칼럼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2. 5. 선고 2019가합541129 판결 내용을 사례화 한 것입니다)

 

해설 :

 

실질적 유사성 판단 법리

 

저작권 침해가 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 양 저작물 사이에 의거관계가 있어야 하고, 객관적 요건으로 양 저작물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선행 저작물이 대외적으로 널리 공표된 경우에는 후행 저작물과 선행 저작물이 실질적으로 유사한 경우 의거관계는 추정될 수 있으므로 실질적 유사성 여부가 실무에서 주요한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실질적 유사성 판단의 대비 대상에 대하여 판례는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형식이고,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독창성, 신규성이 있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야 하고”(대법원 98다46259 판결 참조), “소설 등에 있어서 추상적인 인물의 유형 혹은 어떤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사건이나 배경 등은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들로서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대법원 99다10813 판결 참조)라고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세종이 신미대사의 도움을 받아 훈민정음을 창제한다”라는 동일한 소재로 양 저작물이 창작되어 인물의 관계와 다루는 주제가 상당히 유사한 점은 인정되지만, 이와 같이 추상적인 인물의 유형이나 주제 등은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실질적 유사성의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만약 이러한 아이디어의 영역을 저작권법이 보호하여 선행 저작물에 대하여 독점배타적인 저작권을 인정해준다면, 동일한 소재에 대한 다양한 창작적 표현 활동을 억제하게 되어 결국 문화산업발전의 저해를 초래하게 될 것이므로 저작권법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게 될 것이다.

 

다만 사건과 같은 어문저작물에 있어서의 실질적 유사성 판단에 대하여 판례는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과 “부분적.문언적 유사성”이라는 개념을 통하여 2가지 유사성 중 어느 하나가 있는 경우에는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하고 있다.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이라 함은 작품 속의 근본적인 본질 또는 구조를 복제함으로써 전체로서 유사성이 인정되는 경우를 말하고, “부분적.문언적 유사성”이라 함은 작품 속의 특정한 행이나 절 또는 기타 세부적인 부분이 복제됨으로써 양 저작물 사이에 문장 대 문장으로 대칭되는 유사성이 인정되는 것을 말한다.

 

부분적.문언적 유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복제의 수준이므로 창작적인 표현임을 전제로 한다면 상대적으로 쉽게 유사성을 판단할 수 있으므로 다툼이 있는 대부분의 경우는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의 인정 여부가 될 것이다.

 

이 사건의 시나리오와 같은 극적 저작물은 등장인물과 작품의 전개과정의 결합에 의하여, 등장인물이 일정한 배경 하에서 만들어 내는 구체적인 사건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연속적인 사건들이 유사하더라도 아이디어 영역인 주제 등을 다루는 데 있어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사건, 배경, 필수 장면 등의 경우에는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은 인정되기 어려우며,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선 표현형식 등이 유사한 경우에는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이 인정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의 실질적 유사성 인정 여부

 

이 사건에서는 부분적.문언적 유사성에 해당하는 대칭적 문장의 존재는 인정되지 않았다.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에 관하여서는 법원은 양 저작물의 소재 및 역사적 배경이 공통되지만 이는 아이디어의 영역으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줄거리 등 사건의 전개의 유사성에 관하여서는 전체 줄거리를 대비하였을 경우 구체적인 표현형식이 유사하지 않고, 세종이 신미를 만나게 된 경위에 대한 기술도 양 저작물이 상이하며, 훈민정음의 창제 과정의 전개도 상이하다고 보았다.

 

등장인물의 설정에 관하여서는 세종, 신미대사, 소현황후 등이 공통되기는 하나 A 서적은 신미대사의 일대기를 연대기적으로 나열하여 표현하고 있는 반면, B 영화 시나리오는 훈민정음 창제 과정에 집중하여 주요 인물들의 개성이 뚜렷이 드러나도록 갈등구조와 긴장감을 표현하여 양 저작물의 등장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 방법이 다르다고 보았다.

 

일부 등장인물이 공통되고, 그 성격이 유사하게 표현된 것은 역사적 사실 내지 설화에 기초한 공통의 인물, 소재를 사용하는 것에 따른 자연적 귀결로서 훈민정음 창제라는 역사적 사실을 그리는 소재에서 수반되는 전형적이고 표준적인 표현에 불과하여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양 저작물은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소재, 인물의 설정 등에서 일부 유사하나, 이는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고, 구체적인 창작적 표현형식은 유사하지 않아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을의 시나리오는 갑의 서적의 2차적저작물이 아니라 완전히 별개의 독립적인 저작물로 인정되어 갑의 저작권침해정지청구권 및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았다. 끝. 2021. 8. 19.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권단 작성.(아이러브캐릭터 2021년 9월호 칼럼 게재)

 

아이러브캐릭터 2021년 9월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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