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유사성 부정경쟁행위
아이러브캐릭터 2016년 12월호 칼럼
사안 :
원고 A는 1996년경 데뷔한 이래 ‘현대 여성의 개성 있고 자신감 넘치는 내면세계를 전통적 채색 기법을 활용하여 여성의 다양한 표정과 자세를 통해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한국화가이고, C는 2005년경부터 A의 작품 및 A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캐릭터(이하 ‘원고 캐릭터’라고 한다) 중 일부를 일기장, 수첩, 사진첩, 가방 등의 상품에 삽입한 아트 상품(이하 ‘원고 상품’이라 한다)을 개발하여 ‘A’라는 브랜드 명으로 판매를 하였고, 이후 C는 2008년경 원고 회사 B를 설립하여 ‘A’ 브랜드로 계속 판매를 하였다.
원고 A가 2005년 첫해에 24억 매출을 달성한 이래 2014년 원고 회사 B는 ‘A’브랜드로 약 122억원의 연매출을 달성하였고, 원고들은 ‘그림을 활용한 아트상품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작가’ 또는 ‘기업이 한국작가의 그림을 상품화한 첫 번째 사례’라는 언론의 평가를 받았으며, 국내 은행 및 홈쇼핑 광고에 원고 제품들을 활용하고, 공중파 드라마에 협찬사로 참여하여 원고 작품 및 원고 상품이 시청자들에게 노출되기도 하였다.
피고는 2013. 6. 13.경 곱슬머리를 하고 있는 여성인 ‘D’라는 캐릭터에 대하여 디자인을 출원, 등록을 하기 시작하여 2014. 12.경까지 여러 종류의 ‘D’ 캐릭터(이하 ‘피고 캐릭터’라고 총칭한다)에 대하여 디자인등록을 마치고 2014. 10. 1.경부터 국내 및 중국 등지에서 ‘피고 캐릭터’가 삽입된 화장품 파우치, 핸드크림, 바디로션 등 제품들(이하 ‘피고 제품들’이라 한다)을 제조, 판매하고 있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들의 ‘피고 제품들’ 제조, 판매행위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의 각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피고를 상대로 ‘피고 제품들’의 제조 및 판매금지 청구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례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1. 13. 선고 2015가합522526 사건 판결 내용을 기초로 칼럼을 위해 쟁점을 간략히 하여 작성한 것입니다)
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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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캐릭터들이 상품표지로서의 식별성 및 주지성을 갖추었는지 여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되기 위해서는 원고 캐릭터가 상품표지로서의 식별력을 획득하여야 할 뿐 아니라 국내에서 거래자 또는 수요자에게 널리 알려짐으로써 주지성을 획득해야 한다.
그런데 원고 캐릭터가 삽입된 원고 제품들이 2005년경부터 국내외 여러 매장에 판매되기 시작한 후 매년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피고 캐릭터가 출시된 시점인 2014년경에는 약 112억의 연매출을 기록하였으며, 광고 및 드라마에도 원고 캐릭터가 삽입된 제품이 활용된 점 등을 비추어 보면, 원고 캐릭터는 2005년경부터 지속적, 독점적으로 원고 상품에 삽입이 되어 독특한 개성을 부여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원고 캐릭터가 원고 상품을 연상시킬 정도에 이르러 원고 상품임을 나타내는 상품표지로서의 식별력을 획득하였을 뿐 아니라 피고 캐릭터가 출시된 시점인 2013년경에는 국내에서 거래자 또는 수요자에게 널리 알려져 주지성도 획득하였다고 법원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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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표지로서의 원고 캐릭터와 피고 캐릭터의 유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
원고 캐릭터가 상품표지로서의 식별력과 주지성을 획득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 캐릭터가 원고 캐릭터와 유사하다고 인정되어야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된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원고 캐릭터와 피고 캐릭터 모두 그 인물의 생김새와 표정 및 인물이 존재하는 공간 및 색채 등에서 일부 유사성이 인정되지만, 원고가 주장하는 특징들은 다른 작품의 여성캐릭터들 특히 동양적인 여성캐릭터에 대하여 여성스러움, 밝고 유쾌한 성격,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 등을 표현함에 있어 국내외에서 전형적으로 사용되는 표현방식에 해당되므로 그 자체가 원고 캐릭터의 독특하고 개성적인 특징 내지 표현형식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인물이 존재하는 공간 구성인 상반신 중심 구도 역시 보통 하나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전형적인 공간 구성일 뿐이고, 울긋불긋한 컬러풀한 여백 및 색채 역시 다른 작가의 작품 또는 여성캐릭터들을 활용한 여성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팬시 상품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표현형식에 해당할 뿐인 반면, 피고 캐릭터는 원고 캐릭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눈, 눈동자, 입이 작게 표현되고 속눈썹이나 머리 모양, 옷의 무늬나 액세서리를 구체적으로 표현하여 현실감을 높이고 있어 비현실적인 만화적인 해학적인 느낌인 원고 캐릭터와 유사하지 않아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즉 법원은 여성캐릭터를 표현하는 사용되는 전형적이고 통상적인 표현형식들이 비록 유사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표현은 유사성 판단에 참조하지 않고, 이러한 전형적이고 통상적인 표현을 배제한 다른 구체적인 표현이 유사한지 여부를 유사성의 판단기준으로 삼았는데, 이러한 판례는 기존 캐릭터와 유사한 캐릭터를 창작하는 창작자로 하여금 모방과 창작의 경계선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그 기준을 제시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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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캐릭터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다)목 소정의 저명 표지에 해당하는지 여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다)목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상표, 상품의 용기.포장, 그 밖에 타인의 상품 또는 영업임을 표시한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거나 이러한 것을 사용한 상품을 판매, 반포, 또는 수입, 수출하여 타인의 표지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원고 캐릭터가 위 (다)목의 “국내에 널리 인식된 상품 표지”임을 전제로 피고가 원고 캐릭터와 유사한 것을 사용한 상품을 판매하여 원고 표지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법원은 위 (다)목의 ‘국내에 널리 인식된’ 정도를 위 (가)목의 ‘국내에 널리 인식된’ 정도와 다르게 보아 원고 주장을 배척하였다. 즉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다)목의 입법 취지와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위 규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국내에 널리 인식된’이라는 용어는 ‘주지의 정도’를 넘어 관계 거래자 이외에 일반 공중의 대부분에까지 널리 알려지게 된 이른바 ‘저명의 정도’에 이른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 이 사건에서는 원고 캐릭터는 국내 거래자 또는 수요자 사이에 주지성을 획득하였으나, 원고 캐릭터가 ‘주지의 정도’를 넘어서 그들과 무관한 일반 공중의 대부분에까지 널리 알려졌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면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즉 (다)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취지상 (가)목과 달리 단순히 수요자의 혼동이 아니라 상품표지의 명성이나 식별력에 손상이 갈 정도가 되어야 하므로 해당 상품 캐릭터가 해당 상품 거래자 또는 수요자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상품 거래와 관계 없는 일반 국민 전체에게 널리 알려져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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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고는 피고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의 부정경쟁행위인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은 (가)목 내지 (자)목에 규정하고 있는 행위유형과는 다른, 종래의 지식재산권 관련 제도 내에서는 예상할 수 없어 기존 법률로는 미처 포섭할 수 없었던 유형의 행위로서 (가)목 내지 (자)목의 부정경쟁행위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행위에 관하여만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인데, 피고의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또는 (다)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따라서 피고의 행위는 원칙적으로 허용되는 행위로 보아야 하고, 여기에 보충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된다고 인정하기 부족할 뿐 아니라, 피고가 피고 상품 판매함에 있어 피고 캐릭터 명칭이나 피고 회사 명칭을 기재해 놓고, 피고 상품이 중국에서 ‘A’ 브랜드로 판매됨을 인식하고 신속하게 오인, 혼동 방지 조치를 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행위가 원고들에 대한 관계에서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즉,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또는 (다)목 등 다른 부정경쟁행위의 유형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하여 해당 부정경쟁행위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원칙적으로 해당 행위는 허용되는 행위라고 보아야지 추가로 보충적 부정경쟁행위 조항인 (차)목을 적용할 사안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끝. 2016. 11. 24. 법무법인(유)한별 권단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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