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방송사 A는 드라마 K를 방영하면서 미술작가 J가 창작한 미술작품 2점(이하 “이 사건 작품”)을 드라마K의 소품으로 사용하였다. 전체 16회차 중 1회차부터 10회차까지 전체 약 80-90초 정도 이 사건 작품이 소품으로 노출, 방영되었다.

작가 J는 2021. 1. 12.경 방송사 A를 상대로 “드라마K에서 이 사건 작품이 방영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증명 발송을 하였고, 방송사 A는 해당 사실을 확인하였고, 드라마K의 소품 용역업체인 C사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다는 취지로 회신을 하였다.

그러나 그 후 2021.4.월경까지도 이 사건 작품이 노출된 채로 넷플릭스, IPTV, 티빙, 네이버 등에서 다시보기 서비스로 드라마K가 계속 공중에 제공되었다.

드라마 K는 방송사 A가 제작한 것이 아니라 외주제작사 B가 제작한 것이고, 이 사건 작품은 B가 소품 용역업체 C와 계약을 통해 제공받은 것이었다. B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해당 소품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을 인지 못하였고, 외주제작사인 C의 과실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이제는 해당 소품을 삭제한 파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인터뷰하였다.

작가 J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방송사 A, 외주제작사 B, 소품용역업체 C를 상대로 이 사건 작품의 저작권(성명표시권, 공중송신권) 침해 및 인격권 침해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어떻게 판결하였을까? (이 사례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8. 25. 선고 2021가단5114948 판결문을 사안의 이해를 위하여 각색한 것이며 개별 구체적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다르게 나올 수 있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해설

사례의 쟁점

  • A, B, C가 작가J의 성명표시권 및 공중송신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
  • A, B, C의 손해배상책임 범위
  • A, B의 작가J에 대한 인격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인정 여부

A, B, C가 작가J의 성명표시권 및 공중송신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

소품 용역서비스업체인 C와 드라마 제작사B의 경우에는 타인의 저작물을 드라마 제작 소품으로 이용함에 있어 해당 소품인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와 그 저작권자에게 이용 허락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는 소품 용역서비스업체 뿐 아니라 드라마 제작사조차도 만연히 소품 용역서비스업체만을 믿고 자신이 제작하는 드라마에 사용되는 소품 저작권에 대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과실이 인정되었다.

또한 당연히 저작권자의 확인을 거치지 않고 무단 사용하면서 해당 소품인 이 사건 작품의 저작자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하지도 않았으므로 성명표시권 침해도 인정되고, 이 사건 작품이 드라마 K 방영 시 노출됨으로써 저작권자의 공중송신권 침해도 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직접적인 쟁점이 되지는 않았지만, 만약 드라마 제작사와 소품 용역업체 간의 계약서 상에 소품을 제공하는 용역업체가 해당 소품의 저작권 등 권리 확보에 대한 책임이 있고, 문제 발생 시 제작사는 면책된다는 소위 면책조항과 소품 저작권에 대하여 권리에 문제가 없다는 진술보장 조항이 있을 경우에도 제작사가 직접 저작권자인 작가에게 저작권침해의 책임을 지게 될까?

진술보장 조항 및 면책 조항은 계약당사자간에만 내부적인 효력이 있을 뿐이고 계약당사자가 아닌 제3자인 저작권자에게는 구속력이 없다. 따라서 제작사가 면책 조항과 진술보장 조항에 근거하여 소품 용역업체에게 손해배상 등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저작권자인 작가J에 대하여서는 최소한 저작권 침해에 대한 과실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제작사가 과실 책임을 지기 않기 위해서는 진술보장 및 면책 조항으로는 부족하고, 소품 용역업체로 하여금 이 사건 작품의 저작자가 누구인지 확인하여 이 사건 작품 이용에 대한 동의를 받아 오도록 하는 등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점에 대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방송사의 경우에는 외주제작사가 제작한 영상저작물인 이 사건 드라마에 사용된 소품과 같은 미술저작물의 이용에 관하여서는 외주제작사가 제작 과정에서 해결하고 온다고 통상 기대하고 있고, 영상저작물 특례 조항에 따라 방송을 목적으로 한 영상저작물을 방송하는 권리는 특약이 없는 한 허락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방송사가 이 사건 작품이 허락 없이 사용된 것이라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기 전에는 저작권 침해에 대한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다. 다만 드라마의 배경이나 소품으로 이용된 저작물의 저명도가 높거나 허락을 구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방송사의 경우에도 저작권자의 허락에 대한 확인을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에서도 방송사A의 경우는 제작사 B나 소품 용역업체 C와는 달리 작가 J로부터 이 사건 작품이 무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내용증명을 수신한 시점을 기준으로 방송사 A 에게 저작권 침해에 대한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방송사A가 내용증명을 수신한 이후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넷플릭스 등에 해당 영상 부분이 계속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방치한 점이 문제가 되었다.

A, B, C의 손해배상책임 범위

작가K는 미술저작물 관련 협회에서 제공하고 있는 그림저작물 이용약관에 따른 사용료를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구하였다. 하지만 법원은 이 사건 작품을 위 협회에서 관리하고 있지 않은 점에 비추어 해당 약관에 따른 사용료를 직접 적용할 수 없다고 하였으며, 그 외에는 이 사건 작품 사용료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 작가K가 구하는 손해액을 전부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같이 저작권침해행위로 저작권자에게 손해가 발생되었음은 인정하나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라 법원이 변론의 전 취지를 참조하여 적정한 금액의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다른 드라마에서 유사한 경우 인정한 사용료 금액 사례를 기준으로 하되, 드라마 판매실적과 이 사건 작품의 노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작가가 구하는 손해액의 약 30%에 해당하는 손해액을 인정하였다.

A, B의 인격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인정 가부

이 사건에서 B는 인터뷰를 통해 방송사A와 B 자신은 책임이 없고 소품용역업체 C의 과실인 것처럼 말했다. 이에 대하여 작가 J는 이미 내용증명을 통해 B에게 저작권침해 사실을 고지하였음에도 그 이후 몇 달 동안 계속하여 자신들은 저작권침해를 알지 못한 것처럼 인터뷰를 하여 작가 J의 인격권을 침해하였음을 이유로 별도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표현행위자가 타인에 대하여 비판적인 의견만을 표명하는 것만으로는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다만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타인의 신상에 관하여 다소간의 과장을 넘어서서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행위를 함으로써 그 인격권을 침해한다면, 명예훼손과는 다른 별개 유형의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라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4다220798 판결 등 참조)을 제시하면서, 이 사건의 경우에는 인터뷰의 주요 내용이 단순히 A, B는 저작권 침해의 의도가 없었다는 것일 뿐 작가J 에 대한 모욕적이거나 경멸적인 인신공격 또는 신상에 관한 표현이 있지 않은 점에 비추어 인격권 침해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끝.

2024.6.17.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권단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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