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적 사용의 의미와 사용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재활용 후지필름 카메라 사건

글 /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 권단

아이러브캐릭터 2013년 9월호 칼럼

2013. 9. 1.

사례 :

A는 1회용 카메라 제조 및 판매업에 종사하는 자인데, 1999년~2000년 당시 1회용 카메라로 유명한 일본 후지필름(FUJIFILM)의 슈퍼 800 등 1회용 카메라의 사용 후 폐기된 빈 용기를 공장 등에서 수집하여, 위 용기에 다시 필름을 장전하고 일부 포장을 새롭게 하여 월 평균 3만개, 1년 동안 30만여개 시가 약 24억원 상당을 제조, 판매를 하였다.
A는 후지필름에서 상표권 침해로 고소할 것을 걱정하여, 위 재활용 카메라의 표장용기 및 몸체의 종이옷에 A의 상표인 ‘Miracle’라는 상표를 큰 활자로 선명하게 인쇄하여 유통하였다. 다만, 재활용 카메라 용기에 원래 각인이 되어 있던 ‘FUJIFILM’이라는 작은 크기의 상표 글자를 전부 가리거나 제거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후지필름은 A의 행위에 대하여 구상표법 제66조 제1호의 상표권침해행위 및 구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제2조 제1호 (가)목의 부정경쟁행위로 고발을 하였다.
A는 이에 대하여, 자신은 후지필름의 1회용 카메라가 사용되어지고 버려진 빈 용기에 새로 필름을 장전하여 판매한 것으로서, 후지필름이 1회용 카메라를 이미 시장에서 한 번 판매, 유통한 이상, 그 이후의 양도, 판매 등에 대하여서는 상표권이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서 소진되므로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만든 재활용 카메라는 기존의 포장에 있던 ‘FUJIFILM’ 상표가 아니라 A의 독자적 상표인 ‘Miracle’이라는 상표를 포장용기 및 카메라 종이포장에 사용한 것이고, 재활용된 카메라 빈 용기 일부분에 FUJIFILM이라는 각인된 글자가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글자를 A가 재활용 카메라가 후지필름사 것이라는 출처를 표시하기 위하여 남겨두거나 사용한 것이 아님이 분명한 이상, 이를 ‘상표적으로 사용’한 것이라 할 수 없으므로 상표법 침해가 되지 않고, 일반 소비자들의 기준에서 보아도, 포장지의 ‘Miracle’ 상표의 표기로 인하여 A가 만든 재활용 카메라를 후지필름의 1회용 카메라와 오인, 혼동할 가능성도 없으므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강력하게 항변하였다.
A의 주장은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졌을까?
위 사례는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의 사실관계를 설명을 위해 일부 각색한 것입니다.

후지필름 카메라 사건
출처 : 픽사베이

설명 : 

1. 상표권 소진론 쟁점

A는 후지필름이 해당 1회용 카메라를 소비자에게 판매함으로써 해당 제품에 부착된 상표권의 사용 대가를 취득한 것이므로, 그 이후에 해당 카메라를 매수한 자가 그 제품을 다시 재판매하거나, 양도, 처분하더라도, 후지필름의 상표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후지필름의 1회용 카메라의 빈 용기를 활용하여 필름을 새로 장착하여 재활용된 1회용 카메라를 판매한다고 해서, 후지필름의 상표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을 하였습니다.
이는 상표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저작권이나,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 전반에 걸친 ‘권리 소진론’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저작권자나 특허권자, 상표권자가 제3자에게 해당 지식재산권의 사용을 허락하고 로열티를 받은 경우, 정당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제품을 생산, 판매한 자로부터 해당 제품을 양수하거나 구매한 경우에는 그 가격에 이미 로열티가 포함된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식재산권자가 다시 그 제품을 구매하고 양수하는 모든 단계의 사람들한테 개별적으로 지식재산권침해를 주장한다는 것은 중복된 지식재산권사용 대가의 지급이 되므로 허용이 되지 않습니다. 이를 권리소진론 또는FIRST SALE DOCTRINE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권리소진론이 무한정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구체적인 사안 마다 권리소진론을 적용하는 것이 형평에 반하거나, 지식재산권자의 권리 보호에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는 A가 후지필름이 이미 시장에 판매한 1회용 카메라 제품의 사용 후 폐기된 빈 용기에 다시 새 필름을 증착하여 재활용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한 경우인데, 이렇게 해당 판매 제품을 그대로 재판매, 양도하는 것이 아니라 수리나 변형을 일으켜서 판매하는 경우까지 권리소진론을 적용시키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여부가 문제가 됩니다.
이런 경우까지 권리소진론을 적용하면, 애초에 후지필름으로부터 상표권 사용허락을 받아 생산을 하거나 정상 제품을 라이선시하여 판매한 자와 A와 같이 후지필름 제품의 빈 용기를 활용하여 제품을 판매한 자는 똑 같이 후지필름 상표가 부착된 제품을 생산, 제조, 판매하면서 해당 상표에 대한 대가 지불을 A는 전혀 하지 않게 된다는 점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표권자 등이 국내에서 등록상표가 표시된 상품을 양도한 경우에는 당해 상품에 대한 상표권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서 소진되고, 그로써 상표권의 효력은 당해 상품을 사용, 양도 또는 대여한 행위 등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할 것이나, 원래의 상품과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을 하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생산행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상표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으로 생산행위에 해당하는가의 여부는 당해 상품의 객관적인 성질, 이용형태 및 상표법의 규정취지와 상표의 기능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 한다”라고 판단하여 기존 제품과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으로 실질적으로 생산행위에 해당될 정도에 이르면 상표권의 효력이 소진되지 않는다고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는 “후지필름이 제조한 1회용 카메라는 1회 사용을 전제로 하여 촬영이 끝난 후 현상소에 맡겨져 카메라의 봉인을 뜯고 이미 사용한 필름을 제거하여 이를 현상함으로써 그 수명을 다하게 되며, 이에 따라 그 카메라 포장지에도 현상 후 그 몸체는 반환되지 아니한다고 기재되어 있고, A가 이미 수명이 다하여 더 이상 상품으로써 아무런 가치가 남아 있지 아니한 카메라 몸체를 이용하여 1회용 카메라의 성능이나 품질면에서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부분인 새로운 필름(후지필름이 아닌 타 회사 제품) 등을 갈아 끼우고 새로운 포장을 한 사실에 비추어, 이러한 A의 행위는 단순한 가공이나 수리의 범위를 넘어 상품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로 본래의 품질이나 형상에 변경을 가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고, 이는 실질적으로 새로운 생산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의 상표권자인 후지필름은 여전히 상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위 대법원 판결).
위 판례의 태도에 따르면 이 사례에서 만일 A가 새로운 필름을 후지필름으로 사용하였다면 결론이 달라져야 하는 것인지 약간의 의문이 남는데, 필름 자체와 카메라는 별개의 상표권 대상 제품이므로, A가 새로운 필름으로 설사 후지필름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가공, 변형의 대상은 필름이 아니라 1회용 카메라 자체이므로 1회용 카메라의 상표권 침해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단순한 가공이나 수리의 경우에는 상표권 소진론에 의하여 상표권침해라고 보기 어렵지만, 그러한 가공이나 수리가 기존 제품의 동일성을 변형시킬 정도라면 새로운 생산행위로 보아 상표권침해로 본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2. 상표적 사용 여부 및 부정경쟁행위 해당 여부

A가 후지필름의 등록상표가 각인된 1회용 카메라의 빈 용기를 수집하여 다시 필름을 장전하고 일부 포장을 새롭게 하여 제조, 판매하면서 독자적인 다른 상표를 사용한 경우에도 기존 제품의 상표의 출처표시를 위한 것으로 보아 상표적 사용으로서 상표권 침해라고 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됩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타인의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면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고 할 것이나, 타인의 등록상표를 이용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상표의 본질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출처표시를 위한 것이 아니어서 상표의 사용으로 인식될 수 없는 경우에는 등록상표의 상표권을 침해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상표로서 사용되고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상품과의 관계, 당해 표장의 사용 태양(즉, 상품 등에 표시된 위치, 크기 등), 등록상표의 주지저명성 그리고 사용자의 의도와 사용경위 등을 종합하여 실제 거래계에서 그 표시된 표장이 상품의 식별표지로서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는 후지필름이 “FUJIFILM”이라는 상표를 지정상품을 카메라 등으로 하여 등록한 사실, 필름업계 최초로 1회용 카메라 “퀵스냅”을 개발하여 국내에 도입한 후 대대적 광고로 소비자에게 1회용 카메라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점, 1회용 카메라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점, 1회용 카메라의 몸체, 렌즈 부분 등에 ‘FUIJIFILM’이라는 상표가 여러 군데 각인되어 있는 점, A는 재활용한 1회용 카메라 몸체 및 렌즈 부분에 있는 위 상표를 알면서도 제거하지 않은 점, A가 사용한 ‘Miracle’이라는 상표는 ‘기적’이라는 말로 그 자체로 상품의 출처를 나타내는 기능이 없고 주지 저명하여 A의 상품이라는 것을 나타낸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비록 A가 ‘Miracle’이라는 상표를 별도로 표기하였다거나 ‘FUJIFILM’ 상표가 크기가 작거나 식별이 용이하지 아니하다고 하더라도 A는 후지필름의 상표를 상표로서 사용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또한 A의 제품이 후지필름에서 생산하는 ‘Miracle’이라는 상품이라고 혼동을 일으키게 할 수도 있으므로 이는 상품주체를 혼동을 야기하는 행동으로써 부정경쟁행위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A가 사용한 ‘Miracle’이라는 상표를 보고 일반인들이 이 제품이 A라는 상표권자의 제품이라고 출처를 인식할 수 있었다면 A의 행위는 상표권 침해행위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할 것이나, 오히려 후지필름의 상표가 재활용된 카메라 곳곳에 남아 있음으로 인하여 일반 소비자들의 관점에서는 후지필름에서 나온 ‘Miracle’이라는 상품명의 1회용 카메라로 오인, 혼동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판결로 보입니다.끝. 법무법인(유)한별 지적재산권 전문 권단 변호사.

법무법인(유)한별 권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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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 변호사]상표적사용 의미와 판단기준(재활용 후지필름 카메라사건)
Date

2013년 09월 01일

Category

아이러브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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