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에 관한 계약에 있어서 저작권 양도계약인지 이용허락계약인지 명백하지 않은 경우
글/ 지적재산권 전문 권단 변호사
2012. 10.
사례 :
저작권양도와 이용허락 사례 ] 우리나라의 A 전자회사는 2012년형 신형 냉장고를 기획하면서 신형 냉장고에 해외 신인 미술 화가 B의 작품 그림을 디자인으로 사용하기로 하고, 화가 B에게 금 1,000만원을 지급하고 A 전자회사가 신제품으로 출시할 2012년형 냉장고의 문양 디자인으로 사용할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였다. 이 때 A 전자회사와 화가 B는 별도의 구체적인 저작권 관련 계약을 하지는 않았다. 화가 B는 2주일의 작업을 거쳐 그림을 완성하여 A 전자회사에게 주었고, A 전자회사는 해당 그림의 모양대로 문양을 만들어 신형 냉장고에 사용을 하였다. 그런데 신형 냉장고는 엄청난 인기를 얻었으며, 해당 문양 디자인도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A 전자회사는 해당 디자인이 해외의 촉망 받은 신인 미술작가의 작품이라고 광고하면서 냉장고뿐만 아니라, 해당 문양 디자인을 에어컨, 세탁기에도 입혀서 판매를 시작하였고, 이 역시 엄청난 인기로 A 전자회사의 매출이 전년 대비 2배나 상승하였다. 그런데, 화가 B는 A 전자회사를 상대로 자신의 미술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저작권 침해죄로 형사 고소와, 냉장고를 제외한 세탁기, 에어컨의 생산 및 판매금지 청구와 손해배상청구 민사 소송 제기를 하였다. 이에 대하여 A 전자회사는 1,000만원을 지급하고 해당 그림에 대한 저작권을 양도받은 것이므로, 그 이후에 세탁기, 에어컨 등에 해당 그림의 문양 디자인을 저작권자로서 A 전자회사가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항변하였다. 이 사안처럼 양자 사이에 구체적인 저작권에 관한 계약이 없었을 경우 누구의 손을 들어주어야 할까요?(이 사례는 저작권 관련 계약시 양도계약인지 이용허락계약인지 불명한 경우의 대법원 판단 기준을 설명하기 위하여 상상하여 작성된 가상의 것이고 실제 사실관계가 아님을 밝힙니다).
해설 :
저작권은 저작한 때부터 발생하며 어떠한 절차나 형식의 이행을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저작권법 제10조 제1항), 사례의 미술 저작물의 저작권은 화가 B가 창작한 순간 화가 B에게 발생하는 것이고, 따로 등록이나, 신고 등 절차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A 전자회사가 화가 B에게 대가를 주고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하였더라도, 원칙적으로 해당 그림의 최초 저작권자는 창작자인 화가 B이지 A 전자회사는 아닙니다. 화가 B가 A 전자회사에 고용이 된 것이라면 해당 미술저작물은 업무상 저작물이 되므로 A 전자회사가 그 저작권을 가지게 되나(저작권법 제9조), 이 사안에서는 화가 B는 해외 미술작가로서 A 전자회사와 고용관계가 아니므로 여전히 B 화가가 그린 미술저작물의 원 저작권자는 화가 B입니다.
이 사안에서는 A 전자회사는 1,000만원의 대가 지급에 의하여 해당 미술저작물의 저작권을 B화가로부터 A 전자회사가 전부 양도받은 것으로 생각을 하였고, 반면에 B 화가는 자신이 창작한 미술저작물을 A 전자회사가 생산하는 2012년형 신형 냉장고의 문양에 한해서 사용을 허락하는 저작물이용허락 계약을 한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던 것입니다. 물론 B 화가가 그린 미술저작물 작품의 물질적 형태가 종이 형태인지, 액자 형태인지, 컴퓨터 파일 형태인지는 사안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B 화가가 A 전자회사에게 인도해준 그 미술저작물이 담긴 형태물에 대한 소유권은 B 화가가 돈을 받고 A 전자회사에게 양도해 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단순히 미술저작물의 물질적 형태에 대한 소유권이 이전된 것이지, 그 미술저작물의 저작권법상 저작권이 양도된 것과는 별개의 문제인 것입니다. 일반인이 전시회에서 어느 특정 미술 작가의 그림 액자를 산 경우 그 그림 작품 자체에 대한 소유권은 구매자에게 이전되지만, 그 그림 미술저작물의 저작권이 구매자에게 이전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작재산권에는 복제권, 공연권, 방송권, 전송권, 전시권, 배포권, 2차적저작물등의 작성권 등이 있으며, 이러한 저작재산권은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할 수 있으며, 저작재산권의 전부를 양도하는 경우에 특약이 없는 때에는 2차적 저작물 또는 편집저작물을 작성할 권리는 포함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합니다(저작권법 제41조 제1항 및 제2항). 미술저작물등의 원작품을 구매를 통해 소유하게 된 자는 그 저작물을 원작품에 의하여 전시할 수 있으나, 일반공중에 개방된 장소에 전시하는 경우나, 판매 목적으로 복제하는 경우 등에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저작권법 제32조 제1항 내지 3항).
따라서 만일 A 전자회사가 B 화가가 기존에 이미 그린 미술저작물 원작품을 1,000만원을 주고 산 경우라고 하면, 그 미술저작물의 디자인을 냉장고에 그대로 복제하여 사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별도로 B 화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안은 A 전자회사가 처음부터 B 화가에게 자신의 신형 냉장고에 사용할 디자인을 위하여 미술저작물의 창작을 의뢰한 경우에는 창작된 미술저작물의 양도 계약으로 봐야 하는지, 미술저작물의 이용허락 계약으로 봐야 하는지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사안처럼 저작물에 관한 계약을 해석함에 있어 과연 그것이 저작권 양도계약인지 이용허락계약인지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 저작권 양도 또는 이용 허락되었음이 외부적으로 표현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저작자에게 권리가 유보된 것으로 유리하게 추정함이 상당하며, 계약 내용이 불분명한 경우 구체적인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 거래관행이나 당사자의 지식, 행동 등을 종합하여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대법원은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다29130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이 사안의 경우에는 외부적으로 해당 미술저작물에 관하여 A 전자회사와 화가 B가 저작권이 양도되었다든지, 이용허락을 해준 것인지에 관하여는 표현된 바가 없고, 단지 해당 미술저작물이 화가 B의 작품이라는 것만 홍보가 된 상태이었으므로, 일단 위 대법원 판례의 입장처럼 해당 미술저작물의 저작권은 저작자인 화가 B에게 권리가 유보된 것으로 추정이 되므로, A 전자회사가 증거를 통해 미술저작물의 저작권이 B 화가로부터 A 전자회사로 양도된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생기게 됩니다.
A 전자회사가 저작권 양도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화가 B가 저명한 미술작가가 아니라 신인이라는 점, 신인 작가인 B 화가의 미술저작물의 작품이 1편 당 통상 1,0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점, A 전자회사는 냉장고뿐만 아니라 모든 전자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이므로, A 전자회사가 화가 B의 작품 디자인을 냉장고에만 사용하지 않고 다른 제품에도 사용할 것이라는 것을 화가 B 및 일반인도 예상 가능한 점 등이 있고, 화가 B는 저작권법의 일반 법리 및 1,000만원은 자신이 제작한 미술저작물 원작품에 대한 판매 대가이지, 저작권 양도 대가라고 볼 수 없다는 점, 애초에 신형 냉장고에 사용한다고 의뢰를 해 온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저작권 양도가 아니라 저작물 이용허락 계약이라고 주장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안에서는 A 전자회사가 화가 B에게 지급한 금액인 1,000만원이 B 화가의 미술저작물의 원작품의 거래대금과 유사한 금액이지, 별도로 저작재산권까지 전부 양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이례적으로 큰 금액은 아니라는 점, A 전자회사가 애초에 2012년형 신형 냉장고의 문양 디자인으로 사용하겠다면서 창작을 의뢰한 점, 구체적인 저작물의 양도 여부에 대한 합의가 없었던 점, A 전자회사처럼 전자 제품에 화가의 작품 디자인을 사용하는 경우에 관한 거래 관행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안의 경우에는 해당 미술저작물의 저작권이 양도되었다고 보기 보다는 A 전자회사의 냉장고에 B 화가 작품의 디자인을 이용하도록 허락한 계약이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봅니다.
다만, 냉장고가 아닌 세탁기, 에어컨 등에까지 사용을 허락한 것이라고 봐야 하는지에 관하여서는 A 전자회사가 B 화가에게 처음에 지급한 1,000만원의 대가가 냉장고에 한정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전자제품에까지 사용 허락을 포함한 금액인지 여부의 문제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안의 경우에는 ① 애초 계약 당시 양자 사이에 다른 전자 제품에 관한 논의가 있었는지, 당사자가 계약의 범위에 관하여 구체적인 범위에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 등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진정한 의사 및 관행의 고려와 ② 1,000만원이 B 화가가 모든 전자제품에 대한 포괄적 이용 허락의 대가로 받은 금액이라고 볼 수 있는 적정한 금액인지 등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른 계약의 합리적이고 공평한 해석의 필요성, ③ 그리고 새로운 제품에의 이용으로 기존 냉장고 제품의 시장이 대체, 잠식되는 측면이 강한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제품에의 이용이 A 전자회사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측면이 강한 것인지 여부 등 새로운 제품에의 이용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의 적절한 안배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위 대법원 판례에서의 판단 기준 참조).
캐릭터 디자인 시장에서도 기업 등에서 회사 캐릭터를 프리랜서 디자이너에게 발주하여 제작을 의뢰한 경우, 소설 작품을 작가의 동의를 얻어 만화 등 2차 저작물로 3자가 제작하는 경우, 기업체가 제품 판매 모델로 기존의 유명 캐릭터를 사용하는 경우 등에서 구체적인 저작권에 관한 계약 체결 없이 동의나 허락만 얻어 업무를 진행할 경우, 이 사안과 같은 저작권 양도 또는 이용허락의 범위 문제가 당사자들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음을 유의하셔야 할 것입니다. -끝.
2012. 9. 16. 법무법인(유)한별 권단 변호사 작성. 02-6255-7788(본 글은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12년 10월호에 기고된 칼럼 원문입니다)
![[저작권계약 변호사]저작권양도계약과 이용허락계약 구별](http://danipent.com/wp-content/uploads/2016/01/아이러브캐릭터로고.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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