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 프로그램과 서체 도안 이용의 저작권 침해와 손해배상액 산정

서체프로그램 저작권침해 손해배상액
서체프로그램 저작권침해 손해배상액

사례 :

 

A는 ‘C’ 서체(이하 ‘이 사건 서체’라고 한다)가 포함된 서체 프로그램(이하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이라고 한다)을 개발한 회사로서 저작권 등록을 마쳤다. A는 A의 홈페이지에서 개인이 개인적인 이용 목적으로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도록 하고 있었고, 그 외 목적인 경우에는 유료로 판매하고 있었다.

 

B는 E라는 회사의 디자인 직원인데 이 사건 서체가 사용된 ‘D’라는 문구를 기재한 출력물(이하 ‘이 사건 출력물’이라 한다)을 제작하여 E회사의 거래처인 F라는 회사에 무상으로 교부하였고, F는 이 사건 출력물을 이용하여 판넬을 제작하여 유상으로 판매하였다.

 

A는 E를 상대로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의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면서 이 사건 서체 패키지 프로그램 설치 라이선스 비용 220만원 및 2차 저작물 라이선스 비용 110만원 합계 33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E는 회사는 모르는 일일 뿐 아니라, 직원 B가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을 설치, 사용한 것이 맞다고 하더라도 B가 E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임의로 한 행동이므로 회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고, E도 비영리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므로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다투었다. 또한 A가 청구하는 금액도 실제 사용한 문구에 해당하는 글꼴 외 다른 서체가 포함된 프로그램 전체 금액이므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B는 D라는 문구 안에서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을 사용하였다고 A가 주장하는 글자가 단 2개에 불과하고, 자신은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은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자 도안 이미지를 캡처하여 사용한 것일 뿐이라고 항변하였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였을까?(이 사례는 설명을 위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나31370판결, 전주지방법원 2021나4089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나 64345 판결의 사실관계를 결합하여 만든 것입니다)

 

해설 :

 

서체 프로그램과 서체 도안의 차이점

 

위 사례에서 B는 자신은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을 설치, 이용하여 이 사건 출력물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이 사건 서체 중 2글자에 해당하는 이미지를 캡처하여 사용한 것이라고 하였다.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은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다(대법원 2001. 5. 15. 선고 98도732 판결 참조). 그러나, 서체파일 즉 서체프로그램과 달리 서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표현된 결과물인 서체 도안을 이용하는 것은 그 서체 도안 자체가 별도의 창작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일반적인 서체 도안 자체는 저작물로서 보호되지 않는다.

 

따라서 만약 B의 주장대로 B가 인터넷 상에서 이 사건 서체 도안 이미지를 캡처하여 사용한 것이라면 저작물인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 파일을 복제하는 등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저작물로 보호 되지 않는 서체 도안 이미지를 복제한 것으로서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

 

위 사례에서 A는 B가 사용한 서체 글자 2글자와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작성한 2글자의 각 수치 값이 오차 없이 일치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B가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위 2글자를 제작한 것이 틀림 없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법원은 단순히 글자의 각 수치 값이 일치한다고 하여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이라고 바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과, 전체 문장 중 일부 글자인 2글자만 별도로 이 사건 서체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제작한 것이라고 보기가 부자연스러운 점, 이 사건 출력물 제작 전에 인터넷 상에 해당 2글자가 사용된 방송물 제목 이미지가 검색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B가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이 사건 출력물을 제작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서울중앙 2020. 5. 20. 선고 2019가소2954056 판결 참조).

 

다만 쟁점 이해를 위하여 이하에서는 B가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이 맞다는 전제 하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비영리목적 사용과 직원의 무단 사용에 대한 회사 책임

 

E는 B가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이 맞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출력물을 무상으로 거래처에 제공하였으므로 비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므로 저작권 침해로 보기 어렵고, 특히 B가 E 회사의 지시 없이 임의로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을 설치 사용한 것이므로 B 개인의 행위에 대하여 E 회사가 책임을 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위 사례에서 A는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을 개인적인 목적인 경우에 한하여 무료로 제공하고 그 외에는 모두 유상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비록 E나 B가 F 회사로부터 돈을 받지 않고 이 사건 출력물을 제작하여 주었다고 하더라도, F회사는 이 사건 출력물을 이용하여 만든 제품을 유상으로 판매하였고, F회사가 E 회사의 거래처라는 점을 감안하면, B가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을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A가 허락한 범위가 아닌 목적과 용도에 사용된 이상 저작권 침해가 되는 것이며, 공정이용으로 인정되지 않는 이상 비영리목적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또한 B의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하여 E가 직접적인 업무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E는 B의 사용자로서 B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법상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다만 평소에 E가 B를 비롯한 직원들에게 저작권 침해 방지를 위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하고, 이 사건 출력물 제작 및 F로의 교부 과정에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기울여 불법 서체 프로그램 사용이 없도록 노력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면 B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면책이 될 수 있지만, 이 사례에선 그러한 사정이 없었다.

 

손해배상액의 범위

 

A는 B가 비록 이 사건 서체 중 2글자만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은 다른 글꼴 파일과 함께 패키지로 판매되고 있고, 2글자에 해당하는 서체 프로그램을 따로 판매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하면, B의 행위로 A가 통상 받을 수 있었던 라이선스 비용은 패키지 라이선스 비용인 220만원에 해당하고,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을 이용한 결과물을 2차적으로 사용하였으므로 2차 라이선스 비용인 110만원까지 B의 사용자인 A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은 저작재산권자의 ‘권리의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저작권자가 침해행위와 유사한 형태의 저작물 사용과 관련하여 저작물사용계약을 맺고 사용료를 받은 사례가 있는 경우라면, 그 사용료가 특별히 예외적인 사정이 있어 이례적으로 높게 책정된 것이라거나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영항을 미치기 위하여 상대방과 통모하여 비정상적일 정도의 고액으로 정한 것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용계약에서 정해진 사용료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함이 상당하다고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대법원 2012다10413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판례 기준으로 인하여 소프트웨어 손해액 합의에 있어서는 대부분 해당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 계약 비용 즉 소매가격을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도 소프트웨어이고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 라이선스는 패키지로 220만원짜리 뿐이므로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에 따라 해당 사용료를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게 되는 경우가 실무 합의 과정에서는 자주 있다.

 

하지만, 위 사례에서는 법원은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은 패키지에 포함된 수백 종의 서체 프로그램 중 하나이고, 수백 종에 이르는 패키지 내 각 서체 프로그램의 개별 이용료가 별도 산정되어 있지 않아 B의 행위로 A가 저작권 행사로 통상 얻을 수 있는 객관적인 금액을 산정하기 어려우므로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의 손해액 추정 조항을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없고,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라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손해액을 산정하기로 하였다.

 

이 사례에서 이 사건 출력물은 약 한 달 정도만 이용되었고, B나 E에게 A의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B나 E가 이로 인하여 어떠한 경제적 이익도 얻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B의 행위로 인하여 A가 입은 손해액은 30만원(또는 50만원) 정도로 정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즉 개별구체적인 사건의 사정에 따라 실제 서체 프로그램의 이용료와 다르게 법원이 저작권 침해의 경위 및 태양, 이후 경과 등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별도로 산정하면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 패키지 이용료 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손해액이 결정될 수 있다.

 

서체 프로그램 저작권자의 저작재산권은 당연히 보호되어야 하지만, 침해자의 침해 행위의 정도나 경위 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사용하지도 않은 다른 서체 프로그램 이용 부분까지 반영된 이용료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하는 것은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하는 과도한 부담이므로 판례의 태도가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끝. 2022. 2. 18.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권단 작성(아이러브캐릭터 2022년 3월호 칼럼 게재).

 

아이러브캐릭터 2022년 3월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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