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나라 저작권

저작권침해의 판단기준-바람의나라 사건으로 본

글/지적재산권 전문변호사 권단
아이러브캐릭터 칼럼
2013년 3월

[사례] A는 ‘바람의 나라’라는 만화의 작가이며, B는 ‘태왕사신기’라는 제목의 드라마 시놉시스를 집필한 드라마 작가이다. ‘바람의 나라’는 고구려 시대, 그 중에서 특히 제3대 대무신왕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의인화된 ‘사신수주’가 자신이 선택한 왕을 중심으로 ‘부도주’를 지향한다는 내용의 줄거리이고, ‘태왕사신기’는 고구려 제19대 광개토대왕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주인공인 담덕이 진정한 군주를 찾아 그 주군과 함께 오래전에 떠났던 고향땅 ‘신시주’를 다시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신주’의 도움을 받으면서, 이 세상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단군의 나무를 찾아 그 땅에 도읍을 정하고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줄거리이다. 

A는 B가 A의 승낙 없이 A의 저작물인 ‘바람의 나라’에 ‘의거’하여 ‘태왕사신기’를 작성하였고 양 작품 사이에 ‘부분적, 문언적 유사성’은 없다고 하더라도, ‘바람의 나라’의 근본적인 본질 또는 구조인 ‘사신을 의인화하여 누군가의 수호신으로 설정하고, 각각의 사신의 캐릭터들에 대하여 작가만의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특성을 부여함으로써 구체적이고 독특하게 개발된 캐릭터와 그 캐릭터들의 상관관계를 통해 부도 또는 신시를 지향한다는 이야기 패턴(전개방식) 및 기타 에피소드’를 차용하여, 원고의 바람의 나라와 ‘포괄적, 비문언적 유사성’이 있는 ‘태왕사신기’를 발표함으로써 A가 ‘바람의 나라’에 대하여 가지는 저작인격권 중 성명표시권 및 동일성유지권과 저작재산권인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하였으므로 이에 대하여 B가 A에 대하여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면서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소송에서의 저작권법 관련 각 쟁점과 저작권 침해 판단 기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본 사례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7. 13. 선고 2006나16757 판결을 쟁점별로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바람의나라 저작권
출처 : 픽사베이

[해설] 

1.저작권 침해 판단 기준 2가지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인 ‘의거관계’와 객관적 요건인 ‘실질적 유사성’ 2가지가 모두 인정되어야 한다.

가. 주관적 요건 : ‘의거’관계 인정 여부 

B가 A의 바람의 나라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 B가 A의 바람의 나라에 의거하여 태왕사신기를 제작하였어야 한다. 이러한 의거관계는 이를 입증할 직접증거 또는 직접증거가 없다면 B가 A의 만화에 접근할 기회, 즉 A의 만화를 볼 상당한 가능성이 있었음이 인정되면 의거관계가 추된다. 그런데 바람의 나라는 이미 10여년전부터 잡지에 연재되었고, 단행본으로도 발간되었으며, 뮤지컬로 공연, 소설로도 발간되는 등 만화 및 소설의 영역에서 저명성과 광범위한 배포성을 가지고 있어, B가 이를 보거나 구체적인 접근 기회를 가졌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의거관계’가 추인되어 주관적 요건은 인정되었다.

나. 객관적 요건 : ‘실질적 유사성’ 인정 여부

(1) 판단 범위 : 저작권의 보호대상은 학문과 예술에 관하여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적적인 표현형식이고,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독창성, 신규성이 있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므로,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한 실질적 유사성 여부 판단함에 있어서도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한다.

(2) 부분적, 문언적 유사성과 포괄적, 비문언적 유사성

‘부분적, 문언적 유사성’이란 저작물 속의 특정한 행이나 절 또는 기타 세부적인 부분이 복제된 경우를 의미하고, ‘포괄적, 비문언적 유사성’이란 저작물 속의 근본적인 본질 또는 구조를 복제함으로써 저작물 사이에 비록 문장 대 문장으로 대응되는 유사성은 없어도 전체적으로 포괄적인 유사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데, 위 두가지 중 한 가지만 인정되어도 저작권 침해의 요건인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

사례에서는 A도 ‘부분적, 문언적 유사성’의 인정은 어렵다고 보아, ‘포괄적, 비문언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역사나 신화 등 이른바 ‘공중의 영역’에 속하는 부분은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되지 않는 아이디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판단하여야 한다.

2. 사례에서의 포괄적, 문언적 유사성으로서의  ‘실질적 유사성’ 인정 여부

가. 소재, 주제 등에 있어서의 실질적 유사성 판단

A와 B의 위 저작물은 고구려 벽화도인 사신도 또는 현무, 주작, 청룡, 백호를 소재로 삼아 주요한 등장인물로 형상화하였다는 점에서 유사하나, 이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의 지적 자산이므로, B가 사신을 작품의 소재로 삼은 것 자체만으로는 A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위 두 저작물은 사신이 의인화되어 있다는 점이 유사하나, 의인법이란 어문저작물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표현형식으로 공유되어야 할 아이디어에 해당하므로 의인화 자체만으로는 침해가 아니며,  작품의 의인화의 방법도 구별되어 침해가 아니다.

사신을 수호신으로 설정한 것도 두 작품이 유사하나,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고, 어떠한 아이디어를 현하는 데 실질적으로 한 가지 방법만 있거나, 기술적 또는 개념적인 제약 때문에 표현방법이 한계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표현은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안되고, 그 제한된 표현을 그대로 모방한 경우에만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  두 작품은 수호의 대상이 1명과 공동이라는 차이가 있어 제한된 표현을 그대로 모방하였다고 보지 않았다.

그리고 두 저작물의 주인공이 사신의 도움을 받아 부도, 신시를 지향하는 줄거리가 유사한 것은 인정되나, 사상이나 주제는 일반적을 구체성이 없어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표현의 영역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그 사상이나 주제의 유사성만으로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그 사상이나 주제가 구체화되는 사건의 구성 및 전개과정과 등장인물이 교차 등에 공통점이 있어야 한다. 이 사례의 경우에는  주제의 소재나 표현기법이 공유의 영역에 속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공통된 요소는 줄거리만이 남는데, 해당 줄거리가 수많은 영웅담에서 나오는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줄거리로서 구체성이 결여되어 만인이 공유하여야 할 것이므로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표현의 영역 안에 포함시킬 수 없어 줄거리의 공통점만으로 양 작품을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나. 사신 캐릭터들 사이의 개별적인 유사성

A는 바람의 나라에서의 여러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A가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특성을 부여함으로써 구체적이고 독특하게 개발된 것인 B의 태왕사신기의 개별적 캐릭터들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주장하였다.

우선, 소설 등 문학작품에 있어서의 등장인물 그 자체로는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표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으나, 구체성, 독창성, 복잡성을 가진 등장인물이거나, 다른 등장인물과의 상호과정을 통해 사건의 전개과정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면서 보호되는 표현에 해당될 수 있고, 그 등장인물이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이를 차용하는 경우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등장인물(캐릭터)간의 실질적 유사성 인정의 단계로서는,

 

1단계로 등장인물간에 유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

 

2단계로 그 등장인물의 특징이 구체성, 독창성, 복잡성이 인정되거나, 다른 등장인물들 간의 상호과정을 통해 사건의 전개과정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면서 표현으로 보호되는 것에 관하여 유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

 

3단계로 2단계에서 유사하다고 보이는 표현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

 

의 3단계의 과정을 차례로 검토해서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법원은 ‘현무’ 캐릭터에 관하여서는 양 작품의 전체적인 현무 캐릭터에 관하여 보통 관찰자의 입장에서 1단계의 유사성조차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으며,  다만, 두 개의 별을 보고 예언이나 계시를 얻는다는 유사점에 관하여서는 그 구체적인 내용과 표현형식에 차이가 있다고 보아 2단계의 유사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태왕사신기의 ‘청룡’ 캐릭터가 바람의 나라의 백호 ‘괴유’와 청룡 ‘하안사녀’, 천녀 ‘가희’의 각 캐릭터를 혼성모방한 것이라는 A의 주장에 관해서는, 위 1단계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1단계 유사성이 인정되는 부분은 일반적이고, 단순하며, 전형적인 캐릭터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지 않는 아이디어에 해당하는 부분에 국한될 뿐이고 나아가 표현 부분에 있어서는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으며,  태왕사신기의 ‘백호’ 모두루 캐릭터에 관하여서도 1단계 유사성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주작’ 수지니 캐릭터에 관하여서는 양자의 성격이나 특징이 전혀 유사하지  않고, 현무로부터 죽임을 당할 뻔 한다는 설정은 유사하나, 그 사건에 이르는 동기, 과정, 의미가 달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다. 캐릭터 사이의 상관관계를 통한 이야기 전개, 에피소드 등에 있어서의 유사성 인정 여부

A는 설사 각 캐릭터들이 그 자체로 저작권법상 독자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더라도 다른 등장인물들과의 상관관계를 맺으며 전개되는 이야기나 에피소드 등이 유사하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사건의 전개과정이 아이디어나 표현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가 하는 것은 그 전개과정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면서, 양 작품의 유사한 이야기 전개과정은 영웅담에 있어서의 보편적인 사건 전개에 불과한 아이디어에 해당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줄거리가 표현에 해당하는데, 이는 차이가 있으므로 결국 양 작품은 단지 아이디어만의 공통성이 존재하고 표현에 있어서의 실질적 유사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결론

위 사례에서는 양 저작물은 ‘의거관계’라는 저작권 침해의 주관적 요건은 인정되었으나, 객관적 요건인 ‘실질적 유사성’ 판단에 있어서는 고구려라는 역사적 배경, 사신, 부도, 신시라는 신화적 소재, 영토 확정이나 국가적 이상의 추구라는 주제 등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요소를 공통으로 할 뿐, 그 등장인물 캐릭터나 주변인물과의 관계 설정, 사건 전개 등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받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있어서는 만화와 드라마 시놉시스 사이에 내재하는 예술의 존재양식 및 표현기법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아니하다고 판단하여 저작권침해로 판단하지 않았다.

참고로 저작권법 제5조 제1항 소정의 2차적저작물이 되기 위하여서는 원저작물을 기초로 하되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고 이것에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수정, 증감을 가하여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하여야 하는 것인데, 어떤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을 다소 이용하였더라도 기존의 저작물과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는 별개의 독립적인 신 저작물이 되었다면, 이는 창작으로서 기존의 저작물의 저작권 또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한 것이 되지 아니하므(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7다63409 판결 참조), 이 사례에서 태왕사신기는 원저작물인 바람의 나라에 의거하였다고 하더라도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의 독립적인 신저작물이므로, 실질적 유사성을 전제로 하여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하는 2차적 저작물이 아니므로 바람의 나라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한 것이 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끝- 법무법인(유)한별 권단 변호사 2013. 2. 12. 작성.

법무법인(유)한별 권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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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소송 변호사]저작권침해 판단기준-바람의나라 사건
Date

2013년 03월 01일

Category

아이러브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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