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출판권설정계약 해지 후 별도 출판계약체결 사례

출처:픽사베이

사례 :

A는 캐릭터 도서를 전문으로 출판하는 출판사이고, B는 캐릭터 동화책(이하 ‘이 사건 도서’라 한다)을 저술하는 작가이다. A와 B는 이 사건 도서를 시리즈로 출판하기로 하고 3년을 계약기간으로 하여 출판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다.

다만, 3년간 총 판매부수가 1만권이 넘을 경우 자동으로 계약기간을 1년으로 연장하는 조건을 달았으며, 출판권설정계약이 유지되는 동안 B는 해당 캐릭터로 유사한 동화책의 출판을 하지 않기로 하였다.

그런데 계약 후 2년 동안 A와 B 사이에서는 출판 시기, 인세 정산, 마케팅 등에 관하여 크고 작은 다툼이 발생하였다.

결국 B는 A사를 상대로 계약기간 만료 6개월 전에 출판권설정계약서 상의 의무 위반을 이유로 출판권설정계약을 해지하였고 또한 A사가 이 사건 도서를 출판할 능력이 없어 이 사건 도서를 출판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출판할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저작권법에 따른 출판권 소멸 통고도 통지하였다.

그 후 B는 바로 C 출판사를 통하여 이 사건 도서와 동일, 유사한 책을 출판하여 기존 계약기간을 만료한 이후 1년이 지난 현재까지 판매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A는 이 사건 출판권설정계약을 해지할 아무런 사유가 없음에도 B가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이므로 출판권설정계약 해지는 효력이 없고, 출판권설정계약에 따르면 총 판매부수가 1만권이 넘을 경우 출판권 존속기간이 1년 자동 연장되는데 B의 위와 같은 일방적 해지 통지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출판권 존속기간 연장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것으로서 존속기간이 연장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연장된 존속기간 만료일까지 B가 A의 출판권을 침해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배상할 것을 법원에 소송으로 청구하였다.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었을까?

(이 사례는 서울고등법원 2018나2016131 판결의 사실관계를 독자의 이해를 위하여 각색한 것입니다)

해설 :

출판권설정계약의무 위반 통지로 출판권설정계약이 해지 되는지 여부

성립된 계약에 대한 해지 통지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법에서 정한 계약해지 요건을 갖추거나(법정해지), 계약서에 정한 해지 사유(약정해지)를 갖추어야 한다.

이 사례에서 B는 법정해지를 주장한 것이 아니라 계약상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해지 통지한 것이므로 약정해지를 한 것이므로 계약서 상 해지 사유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출판권설정계약서 상 해지 조항에는 일반적인 약정 해지 사유로 많이 규정되는 문구인 “본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본 계약에 따른 자신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불성실하게 이행하는 경우 상대방은 서면으로 그 시정 또는 개선을 요구할 수 있으며, 그로부터 7일 이내에 귀책 당사자의 시정 또는 개선 조치가 없을 경우 상대방은 서면 통지로 본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라는 약정해지 조항과, 그 외 즉시 해지의 사유의 “정산이 지연되거나 이행되지 않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B의 해지 통지는 전자의 약정해지 문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사례에서는 B가 7일의 시정기간을 주고 A의 계약상 의무 위반 시정을 요구하였으나 이행하지 않아 서면으로 해지 통지를 하는 절차는 갖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은 B가 A의 계약상 의무 위반으로 주장한 내용들이 인정되지 않았거나, 계약을 해지할 만한 중요한 의무 위반이 아니라 부수적 주의의무 위반이라는 사유로 B의 계약 해지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B는 A에게 이 사건 계약서 상 마케팅 및 협력 의무 규정이 있는데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계약 해지 사유 중 하나로 주장하였는데, 법원은 A가 마케팅 및 협력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마케팅 및 협력 의무가 이 사건 출판권설정계약의 목적 달성에 필요불가결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계약의 목적이 달성되지 아니하여 B가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여겨질 정도의 주된 채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B의 계약 해지 효력을 부인하였다.

참고로 대법원은 “부수적 채무를 불이행한 데에 지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또한 계약상의 의무 가운데 주된 채무와 부수적 채무를 구별함에 있어서는 급부의 독립된 가치와는 관계없이 계약을 체결할 때 표명되거나 그 당시 상황으로 보아 분명하게 객관적으로 나타난 당사자의 합리적 의사에 결정하되, 계약의 내용.목적.불이행의 결과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다53705, 53712 판결 등 참조)”고 주된 채무와 부수적 채무의 구별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저작권법 상 출판권 소멸 통고의 인정 여부

저작권법 제63조의2, 제60조 제2항은 저작재산권자는 출판권자가 그 저작물을 출판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출판할 의사가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즉시 출판권의 소멸을 통고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B는 위 조항에 근거하여 가사 이 사건 출판권설정계약의 약정 해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A가 이 사건 도서를 상당기간 계속 출판하지 않았고 A가 직원 급여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이 사건 도서 입출고 관련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아 저작권법에 근거하여 출판권 소멸 통고를 한 것이니 A는 더 이상 출판권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위 사례에서 법원은 A가 출판을 지체하고 직원 급여가 연체된 사정은 인정되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도서의 출판이 불가능하거나 A에게 출판 의사가 없음이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출판권 소멸 주장을 배척하였다.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출판할 의사가 없음이 명백한 경우’란 출판권자가 출판사를 폐쇄하거나 출판을 위한 설비를 다른 대체 방안 없이 모두 처분하는 경우 등을 말하는데 이 사건에서 A는 그러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본 것이다.

B의 출판권설정계약서 상 출판금지의무 위반과 조건 성취 방해 효과

위와 같이 B의 이 사건 출판권설정계약 해지 통지가 효력이 없는 이상 B가 출판권 존속기간 동안 이 사건 도서를 다른 출판사를 통해 출판하면 출판권침해가 될 뿐 아니라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출판금지의무도 위반하게 된다.

특히 이 사건 계약서에는 존속기간 동안 1만부 이상 판매하면 자동으로 존속기간이 1년 연장된다는 조건이 있는데, B가 존속기간 만료 전에 신의성실원칙에 위반하여 위와 같이 일방적으로 이 사건 출판권설정계약을 해지하여 A로 하여금 더 이상 도서 판매를 할 수 없게 하여 위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것으로 인정되어, 존속기간이 1년 더 연장된 것으로 해석된다.

법원은 B의 출판금지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손해액의 산정 기간을 원 계약기간의 만료일로부터 1년을 연장한 기간까지로 보았고, B가 다른 출판사를 통해 연장된 기간까지 판매한 부수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하였다.

B로서는 이 사건 출판권설정계약 해지 통지 없이 단순히 이중으로 출판하였다면 원래 계약기간 동안 이중 판매로 인하여 A에게 발생한 손해만 배상하면 되었을 텐데, 일방적 해지 통지로 인하여 A의 판매 부수 달성시 자동 기간 연장 조건 성취를 방해한 것으로 인정되어 그 후 1년 동안의 손해까지 추가로 배상하게 되었다. 끝. 2021. 4. 19.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권단 작성(본 칼럼은 아이러브캐릭터 2021년 5월호에 기고,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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