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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와 퍼블리시티권 침해 그리고 한류

 [퍼블리시티권이란 무엇인가]

최근 연예인들의 성형외과를 상대로 한 퍼블리시티권 침해 소송 언론 보도와 일부 법무법인들이 개인 블로그들에게까지 연예인 사진 등을 무단 게재한 것에 대하여 퍼블리시티권 침해 경고장을 보내고 소송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일반인들도 퍼블리시티권에 대하여 많이 알게 되었다.

다만, 퍼블리시티권이 법률에서 정한 재산권이 아니라 일부 하급심에서 인정하고 있는 개념이고, 최근에는 퍼블리시티권을 부정하는 하급심 판례들도 자주 나오고 있어서 연예인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과연 퍼블리시티권이 법률적으로 인정되는 권리인지 아닌지 혼동스러운 것 같다.

퍼블리시티권이 별도 입법이나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법적인 권리로 인정되기 전까지는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아직 대법원 판례가 나오지 않은 이상 앞으로도 상당기간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퍼블리시티권이란 “사람의 성명, 초상, 스타일, 특징, 이미지, 음성 등 그 사람을 다른 사람과 구별할 수 있는 특징적인 동일성(identity)을 나타내는 일체의 요소를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산적인 권리”를 의미한다.

퍼블리시티권은 인격이 있는 사람에게만 인정되는 권리이므로 동물이나 만화영화 주인공 캐릭터에게는 인정되지 않는다. 그리고 초상권, 성명권 등 인격권과는 구분되는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양도가능한 재산적인 권리이다. 따라서 초상권, 인격권이 침해되면 정신적 위자료에 해당하는 손해를 배상받지만, 퍼블리시티권이 침해되면 그 침해로 인한 재산적 손해를 배상받는다. 그리고 얼굴, 이름에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이 그 사람을 연상할 수 있는 모든 특징들이 다 대상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바나 화이트 사건:  패러디와 퍼블리시티권침해]

출처 : 구글이미지
출처 : 구글이미지

바나 화이트는 ‘Wheel of Fortune’이라는 미국 인기 게임쇼에 출연하는 여배우인데,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VCR제품을 광고하면서 금발, 가운, 보석을 걸친 로봇이 위 게임쇼 셋트와 비슷한 게임보드 옆에 서 있는 상황을 광고하였는데, 유사한 게임보드 세트, 로봇의 머리가 금발이고 가운을 입고, 보석을 걸친 것 등이 바나 화이트를 연상하게 하였고, 바나 화이트가 삼성전자 미국법인을 상대로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소송을 하였었다. 미국 제9연방항소법원은 “퍼블리시티권이 단지 이름이나 초상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고 그 아이덴티티를 이용하는 모든 행위에 확장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인정하고 삼성전자 미국법인에게 403,000달러의 손해배상을 명하였다(Vanna White v. Samsung Electronic America, Inc., 989 F.2d 1512, 9th Cir. 1993) .

위 광고는 바나 화이트라는 여배우의 실제 사진이나 음성, 이름을 사용한 것이 아니고 로봇을 사용하였지만  대중들이 그 로봇을 보고 바나 화이트를 연상하게 하므로 이는 삼성전자 미국법인 바나 화이트를 사칭(passing off)하여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이므로 퍼블리시티권 침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위 판결은 퍼블리시티권의 범위를 대상 사람의 동일성을 연상시키는 모든 것이라고 본 점에서 중요한 판례이다.

위 사건은 패러디 여부가 쟁점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바나 화이트의 성명, 초상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바나 화이트를 노골적으로 연상시키는 로봇을 사용한 것은 바나 화이트와 위 게임쇼를 풍자한 광고이고, 패러디는 표현의 자유로서 인정되어야 한다는 논리도 있을 수 있다.

패러디란 그 표현 형식을 불문하고 대중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원작의 약점이나 진지함을 목표로 삼아 흉내내거나 과장하여 왜곡시킨 다음 그 결과를 알림으로써 원작이나 사회적 상황에 대하여 비평하거나 웃음을 이끌어내는 것을 일반적으로 말한다.

바나 화이트 사건은 삼성전자가 바나 화이트의 모습과 위 게임을 흉내내고 과장하여 왜곡시킨 것은 맞지만, 그 광고를 통해서 원작을 비평하거나 웃음을 이끌어내려는 목적보다는 VCR제품에 유명 여배우와 게임쇼의 저명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고 한 의도가 더 크다고 보이므로 패러디 여부가 쟁점이 되더라도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아니라고 인정되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상업적이라고 하여 패러디로 인정이 무조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상업적 광고라고 하더라도 그 표현 형태가 원작(원 인물)의 진지함이나 약점에 대한 풍자나 비평이 주된 목적이고 그러한 효과를 가져오게 하였다면 패러디로 보호될 수도 있다.

소송이 되지는 않았지만 2002 월드컵 한국과 이탈리아 경기의 주심 모레노의 레드 카드 제시하는 모습을 풍자한 임채무의 돼지바 광고는 사람들에게 많은 웃음과 당시 주심의 진지함에 대한 풍자로서 패러디로서 인정될 수 있는 광고로 보인다. 물론 모레노 주심이 실제로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소송을 하였을 경우 법원이 누구의 판단을 들어주었을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일반인들의 보편적 감정은 아마 위 돼지바 광고가 위법하다고 보지는 않았을 것 같다.

* 돼지바 임채무 광고편

[개그프로그램 패러디 광고와 퍼블리시티권 침해]

한국에서도 웃찾사의 ‘따라와’라는 개그프로그램 코너에 출연한 개그맨들의 용모, 동작, 실연 스타일 등을 모방한 에스케이텔레콤 광고에 대하여 법원이 “원고 소속 개그맨들이 TV프로그램인 ‘웃찾사’에서 ‘따라와’코너를 통해 널리 알려져있어 개인의 용모, 동작, 실연 스타일 등 총체적 인성에 대한 상품적가치인 퍼블리시티권을 가지게 되었고, 원고의 동의없이 연기자들의 실재 캐릭터를 이용해 ‘따라와’코너를 패러디한 광고를 내보낸 것은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게 된 것”이라고 판단(서울중앙지방법원 2006가단250396)한 사례가 있다.

위 판례에서도 광고가 개그맨들의 사진이나 성명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해당 코너에서 개그맨들이 실연을 할 때 분장한 용모, 특이한 동작, 실연 스타일 등 일반인들이 보기에 해당 개그맨들을 연상하게 할 정도의 동일성이 있는 경우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인정하였다.

판례는 이를 연기자들의 실재 ‘캐릭터’를 이용한 것이라고 표현을 하였다. 캐릭터란 해당 연기자들의 독특한 특징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결국 해당 연기자들의 아이덴티티(동일성)을 나타내는 것이라면 퍼블리시티권으로 보호된다는 것이다.

위 에스케이텔레콤 광고과 돼지바 광고와 달리 패러디로 보호되지 못한 것은 당시 인기절정이었던 개그프로그램 코너에 출연한 개그맨들의 동작 등을 그대로 모방한 것에 그칠 뿐 원작인 개그프로그램을 풍자하거나 비평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쟁점이 되지 않았지만, 해당 개그맨들의 실연은 저작인접권으로도 보호가 되고, 패러디의 경우에는 저작인접권인 실연자들의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필연적으로 문제가 된다. 위 사건에서는 퍼블리시티권 침해로만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저작인접권 중 실연자의 동일성유지권 침해 주장을 했더라도 서태지 컴백홈 패러디 사건 판결에 비추어 보면 패러디로서 보호를 할 만한 광고가 아니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서태지 컴백홈 패러디 사건]

서태지의 ‘컴백홈’이라는 음악을 패러디한 이재수의 ‘컴배콤’에 대하여 법원은 서태지의 저작인격권의 일종인 동일성유지권 침해로 보고 패러디 항변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원곡의 독특한 음악적 특징을 흉내내어 단순히 웃음만 자아내는 정도에 그칠 뿐 원곡에 대한 비평적 내용을 부가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상업적인 목적으로 원곡을 이용한 점, 인용의 정도가 패러디로서 의도하는 바를 넘어서는 것으로 보이는 점, 패러디 곡으로 인하여 원곡에 대한 사회적 가치의 저하나 잠재적 수요의 하락이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려운 점”등을 이유로 패러디로 인정하지 않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1. 11. 1. 선고 2001카합1837 결정).

이 사건은 퍼블리시티권과 패러디가 쟁점이 아니라 저작권 중 동일성유지권과 패러디의 충돌이 쟁점이었는데, 위 판례에서 제시한 판단 기준들 중 일부는 퍼블리시티권과 패러디 충돌 케이스에도 유추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유명인들의 독특한 특징을 흉내내어 단순히 웃음만 자아내는 정도에 그칠 뿐 원 인물에 대한 풍자나 비평적 내용을 부가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다면 패러디로 보호받기 어렵고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류와 퍼블리시티권]

대장금과 겨울연가로 시작된 한류는 최근 K-POP의 성공에 이어 한국 문화, 음식, 역사 등 전반적인 분야로 확산이 되고 있고, 지역도 동아시아를 넘어 저 멀리 남미까지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한류 덕분에 한국과 기업들의 이미지가 좋아져 한국 제품도 많이 팔리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류의 핵심은 한류 스타들에 대한 전세계 팬들의 사랑이며, 그 사랑의 대상은 바로 그 스타들의 이미지, 즉 아이덴터티이다. 그리고 스타의 아이덴터티를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산적 권리가 바로 퍼블리시티권인 것이다.

한류의 핵심 법적 권리는 바로 퍼블리시티권인 것이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퍼블리시티권에 대하여 법에 권리화가 되어 있지도 않고 판례도 겨우 1심에서 일부 인정하고 있는 정도이다.

우리나라처럼 퍼블리시티권에 대하여 법적 규정이 없었던 영국에서 작년인 2013년 7월에 영국 대법원이 “허가 없이 리하나 이미지가 인쇄된 티셔츠를 판매하는 것은 사칭(passing off)하는 것과 동일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그녀가 자신의 명성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고 하면서 퍼블리시티권과 유사한 권리를 최초로 인정하는 기념비적 판결을 내렸다. 리하나는 세계적인 팝스타이고 영구 의류 브랜드 탑샵이 리하나의 동의 없이 리하나 얼굴 이미지를 티셔츠에 새겨서 판매한 것에 대한 판결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내부적으로 하루 빨리 입법이 되든지 대법원 판례를 통해서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개념, 범위, 성격 등에 대하여 정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한류 엔터테인먼트에 종사하는 연예인, 가수, 배우, 기획사, 방송사, 제작사 등이 그에 맞추어 정교하고 디테일한 계약을 통해 한류의 핵심 권리인 퍼블리시티권을 통해 다양한 부가 수입을 창출하고 한류 관련 산업을 더욱 창조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창조경제를 외치는 정부가 퍼블리시티권에 진지하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점이다.

2014. 4. 26. 권단변호사의 IP 전문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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