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와 표현의 합체

 

글/ 지적재산권 전문 권단 변호사

아이러브캐릭터 칼럼

2015년 10월

지적재산권 전문 권단변호사가 아이러브캐릭터 2015년 10월호에 “아이디어와 표현의 합체”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칼럼입니다.

참고 판례 : 건바운드 사건, 실황야구 신야구 사건, 까레이스키 사건.

1. 아이디어와 표현이 합체되어 구별이 어려운 경우에는 표현도 저작권법으로 보호할 수 없다.

 

저작권으로 보호가 되는 대상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사상, 감정, 컨셉 그 자체가 아니라, 이러한 아이디어 등의 ‘표현’만 보호대상이 된다. 이것을 아이디어와 표현의 이분법이라고 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표현에 창작성이 있으면 저작권법상으로 보호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아이디어와 표현이 너무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도저히 이를 분리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표현을 보호하게 되면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이 아닌 아이디어까지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아이디어와 표현이 너무 밀접하게 연결되어 합체(merge)가 될 정도인 경우에는 창작성 있는 표현도 저작권법상 보호를 하면 안되는다는 원칙이 “아이디어와 표현의 합체” 이론이다. 

 

만약 아이디어와 표현이 합체된 경우의 표현을 보호한다면, 결국 아이디어를 보호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아이디어 영역까지 저작권법으로 보호하게 된다면 창작자들의 자유로운 창작행위에 심각한 법적 제약이 생겨 결국 창작자의 창작활동 보호를 위한 문화산업의 발전이라는 저작권법의 본래 목적이 몰각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67년 Morrisey v Procter & Gamble 판결에서 미국의 사회보장번호를 가지고 하는 판촉용 경품게임의 규칙집은 그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방법이 매우 제한되어 있어 누가 표현하더라도 유사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에까지 저작권보호를 인정하면 아이디어에 대한 이용도 사실상 금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시한 것을 비롯해 ‘아이디어와 표현의 합체 이론’을 적용한 판례가 많다.

 

우리나라는 서울고등법원 1962. 5. 18. 선고 61나1243 판결에서 ‘한자 옥편이 저작물로 성립될 수 있다 하더라도 한자옥편과 같이 저작물의 성질상 거의 비슷한 저서들을 모태로 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그 표현방식에 있어서도 제한을 받게 되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설사 원고와 피고의 옥편이 일정 부분에서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원고의 저작권에 대한 침해라고 인정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한자 옥편 저작물 구성을 위한 아이디어의 대상 저작물의 제한으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그 ‘표현방식에 제한을 받게’ 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2. 아이디어와 표현의 합체 이론의 세부 원칙들

 

가. 합체의 원칙(merger doctrine)

 

합체의 원칙이라 함은 비록 창작적인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그 표현이 해당 저작물의 사상이나 감정과 같은 아이디어가 오직 그 표현방법 외에는 달리 효과적으로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경우에는 그 표현에 대하여는 저작권의 보호가 주어져서는 아니된다는 원칙이다.

 

위에서 설명한 미국의 사회보장번호를 가지고 하는 판촉용 경품게임 규칙집이 그러한 예이다. 다만 위 미국 판례는 게임규칙이 오직 한 가지 표현방법 외에 없다고 할 수 있는 케이스는 아니었지만 방법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저작권자가 미리 그 표현을 모두 사용해버리면 제3자는 다른 표현방법을 사용할 수 없어 사실상 독점을 하게 되는 경우이기 때문에 이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서울지방법원 2002. 9. 19. 2002카합1989 결정(소위 ‘건바운드’ 사건)에서는 “이 사건 게임(포트리스2 블루)에 사용된 일부 아이디어는 컴퓨터라는 표현 매체의 한계성 때문에 특정 형태로 표현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이는바, 이러한 경우에 있어서까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아이디어와 표현의 합체 이론을 수용하는 듯한 판결을 하였다. 

 

[출처 : 포트리스2블루 : www.thisisgame.com 건바운드 : 게임메카]

 

또한 실황야구 신야구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각 캐릭터의 야구게임 중 역할에 필요한 장비의 모양, 타격과 투구 등 정지 동작의 표현의 유사성’에 대하여 ‘야구를 소재로 한 게임물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유사하게 표현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판단하여 합체의 원칙을 수용하는 듯한 판시를 하였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7다63409판결 참조).

 

실황야구신야구  

[실황야구 및 신야구 캐릭터, 이미지출처 : www.gameshot.net

나.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s)

 

저작자가 창작할 당시에는 그 작품에 내재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방법이 많이 있었는데 나중에 가서 그 방법이 여러 가지 현실적인 여건상 제한이 되어 시간이 흐른 후 그 표현방식이 업계의 사실상의 표준이 되어버린 후발적 합체가 일어난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면 영문타자 글자판의 배열방식인 QWERTY 방식은 영문타자 글자판 배열이 처음 나올 당시에는 여러 가지 다른 배열방식이 많이 있을 수 있었겠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는 타자기를 만드는 업자들은 사실상의 표준이 되어버린 QWERTY 배열 방식이 아닌 다른 배열 방식의 타자기 자판을 만드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런 경우에 사실상의 표준이 되어 버린 표현 방식에 대하여 저작권법상 보호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 사실상의 표준 원칙이다. 

 

사실상의 표준 원칙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관련 미국 판례에서 많이 인정되고 있다. 

 

다. 표준적 삽화의 원칙 또는 필수장면의 원칙

 

소설이나 희곡 등에 있어서 그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디어가 전형적으로 예정하고 있는 사건들이라든가 등장인물의 성격과 같은 요소들이 표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표현들은 저작권법으로 보호해주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다. 

 

미국은 어드벤처 영화인 ‘레이더스-잃어버린 성궤를 찾아서’에 관한 저작권침해 소송 사건에서 ‘뱀이 우글거리는 동굴 안에 보물상자가 숨겨져 있고, 그 뱀을 쫒기 위하여 주인공이 횃불을 휘두르는 장면, 정글을 뚫고 지나가는 사람이 갑자기 새떼가 날아오르자 깜짝 놀라는 장면 등은 이러한 영화 종류의 작품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장면묘사로서 저작권법 보호를 받을 수 없다’라고 판단하였다.

 

 

[출처 : imnews.imbc.com]

 

우리나라에서도 소위 ‘까레이스키 사건’에서 “소설 등에 있어서 추상적인 인물의 유형 혹은 어떤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사건이나 배경 등은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들로서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라고 판단하여 필수장면의 경우에는 아에 아이디어 영역으로 보겠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00. 10. 24. 선고 99다10813 판결). 

 

3. 캐릭터와 합체의 원칙

 

캐릭터를 개발하거나 캐릭터 저작권침해 소송을 하기 전에 비교 대상이 되는 캐릭터에서 유사하게 보이는 표현 부분이 혹시 해당 캐릭터 배경에서 필연적으로 달리 표현될 방법이 없는 부분으로서 소위 합체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인지 사전 검토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끝. 2015. 9. 14. 법무법인(유)한별 권단 변호사 작성

법무법인(유)한별 권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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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와 표현의 합체-아이러브캐릭터201510
Date

2015년 10월 1일

Category

기고, 아이러브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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